반면 그동안 공정위에 멀티플렉스에 대한 엄단을 촉구해 온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며 "근본적으로는 대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을 모두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금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CJ CGV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일단 공정위 조치에 대해 전체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법적 대응으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열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보다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다는 공정위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CGV 측의 입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이날 CGV와 롯데시네마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계열사에서 배급하는 영화에 유리하게 상영관 등을 배정했다는 이유로 모두 55억 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라는 수위 높은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스크린의 71.2%를 차지하고 있는 CGV, 롯데시네마는 계열사나 자사에서 배급하는 영화에 유독 많은 수의 스크린을 배정했다.
일례로 CGV는 2012년 8월 개봉한 계열사 CJ E&M의 배급작 'R2B 리턴 투 베이스'(이하 R2B)에 대해, 롯데시네마는 2012년 5월 계열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돈의 맛'에 경쟁작보다 3배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다.
CGV의 경우 같은 해 9월 CJ E&M이 배급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좌석점유율 등이 경쟁작보다 떨어지는데도 스크린 수를 줄이지 않고 4개월 동안 걸어 뒀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공정위 발표 내용의 핵심은 계열사에서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편성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했다는 것인데, 그 근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사례로 든 R2B, 광해는 개봉 당시 극장 상황·규모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한 것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불명확한 근거를 들고 있다"며 "광해의 경우 스크린을 줄이면서 상영기간을 오래 간 것은 그만큼 좌석 점유율이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GV 관계자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상영관을 배정한 것을 두고, 무슨 근거로 (시장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정위에서 내놓은 근거에서 수긍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와는 별개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노력들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시네마 측도 "우리 입장에서는 공정위에서 발표한 불공정 행위의 근거가 논란의 여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정위로부터 최종 결의서를 받은 이후 자세한 검토를 통해 대응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제협 "국회·시민사회단체와 배급·상영 분리 법제화 추진"
반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같은 날 "공정위의 심도 깊은 조사와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협의 배장수 상임이사는 CBS노컷뉴스에 "이번 결정을 계기로 멀티플렉스 측의 무료 초대권, 디지털영사기 사용료 강제 징수, 투자 정산 지연 문제 등 여러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 이사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불공정 행위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데, 이는 대기업이 투자와 상영, 배급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영화계의 자구 노력, 공정위의 감시 등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영화산업 구조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 30일 CJ E&M이 배급한 '명량'이 개봉했을 당시 열흘 동안 하루 평균 7,000회씩 상영됐는데, 당시 전국 스크린에서 상영된 영화가 91편이었지만 명량을 포함한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있던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98%에 달했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멀티플렉스 측이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배 이사는 특히 "멀티플렉스 측에서 법적 대응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과 별개로 우리 대기업의 영화 배급과 상영을 분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해 영화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