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28일(1박2일) 이 곳에서 공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수도원 체험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월 왜관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한겨레출판)를 낸 공 작가는 최근 '수도원 기행 2'(분도출판사)를 펴냈다. 공 작가는 18년간의 냉담 끝에 회심한 카톨릭 신자다.
30여 명의 독자가 함께 한 이번 행사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도 참여했다. 이 씨는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 교황에게서 직접 세례를 받았고, 당시 안산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진행된 대전까지 십자가를 지고 30여 일간 도보순례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교황을 만난 소감을 묻자 "구름이 제 몸을 칭칭 감고 기분좋게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몸을 조여오면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은 알겠지만 내 아이가 예뻐서 꼭 안아줄 때 드는 기분과 같았어요."
이 씨는 "교황의 세례는 물론이거니와 도보순례를 할 때 세월호 유족에게 사랑을 베풀어주고, 크건 작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에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며 "그 중 한 분이 공 작가"라고 고마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스북 친구였던 공 작가님이 '교황님한테서 세례받은 것을 축하한다'며 저서인 '높고 푸른 사다리' 6권을 보내주셨어요. 지난 11월 고마운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서 한 달간 집들이를 했는데, 공 작가님이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셨어요. 집들이 날 주위분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유명인사답지 않게 소탈하고 괜찮은 분이시구나" 싶었죠."
'수도원 기행 2'에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지인(소피아 언니)이 14살짜리 둘째 아들을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잃고 난 후 체험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 작가는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책에 넣고 싶었고, 지인은 잠깐의 망설임 끝에 게재를 허락했다.
집들이 날, 공 작가는 소피아 언니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을 10여 분간 낭독했다. 낭독을 마친 후 작가는 물론 모여있던 40여명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공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상처받았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펑펑 울고 위로받았다는 독자가 많았다. 저 또한 쓰면서 위로받았다"고 했다.
공 작가는 "세월호 유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 지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냥 잊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 분들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우리가 함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