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씨와 공지영 작가 '특별한 인연'

27~28일 '수도원 기행 2' 출간 기념 왜관수도원 체험 행사

안산 단원고 고 이수현 군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공지영 작가
경북 칠곡에 위치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 곳에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모토 아래 하루 5번 기도하고 노동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남성 수도사 70명이 생활하고 있다. 단순한 일상이지만 수도사들은 침묵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몸의 건강을 돌본다.

지난 27~28일(1박2일) 이 곳에서 공지영 작가와 함께 하는 수도원 체험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월 왜관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한겨레출판)를 낸 공 작가는 최근 '수도원 기행 2'(분도출판사)를 펴냈다. 공 작가는 18년간의 냉담 끝에 회심한 카톨릭 신자다.

30여 명의 독자가 함께 한 이번 행사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도 참여했다. 이 씨는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 교황에게서 직접 세례를 받았고, 당시 안산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진행된 대전까지 십자가를 지고 30여 일간 도보순례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교황을 만난 소감을 묻자 "구름이 제 몸을 칭칭 감고 기분좋게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몸을 조여오면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은 알겠지만 내 아이가 예뻐서 꼭 안아줄 때 드는 기분과 같았어요."

이 씨는 "교황의 세례는 물론이거니와 도보순례를 할 때 세월호 유족에게 사랑을 베풀어주고, 크건 작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에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며 "그 중 한 분이 공 작가"라고 고마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스북 친구였던 공 작가님이 '교황님한테서 세례받은 것을 축하한다'며 저서인 '높고 푸른 사다리' 6권을 보내주셨어요. 지난 11월 고마운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서 한 달간 집들이를 했는데, 공 작가님이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셨어요. 집들이 날 주위분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유명인사답지 않게 소탈하고 괜찮은 분이시구나" 싶었죠."

'수도원 기행 2'에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지인(소피아 언니)이 14살짜리 둘째 아들을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잃고 난 후 체험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 작가는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책에 넣고 싶었고, 지인은 잠깐의 망설임 끝에 게재를 허락했다.

집들이 날, 공 작가는 소피아 언니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을 10여 분간 낭독했다. 낭독을 마친 후 작가는 물론 모여있던 40여명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공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상처받았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펑펑 울고 위로받았다는 독자가 많았다. 저 또한 쓰면서 위로받았다"고 했다.

공 작가는 "세월호 유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 지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냥 잊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 분들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우리가 함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