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승부조작…' 체육계 고질적 비리 드러나

문체부, 정윤회 씨 딸 특혜논란 승마협회 빼고 휴일 어물쩍 발표 빈축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28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이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에서 체육계의 고질적인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회계 조작으로 전지훈련비 등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선수 후원 물품을 빼돌렸다. 대학특례입학을 위한 승부조작도 자행됐다.

지난 2월 설치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접수된 체육계 각종 비리는 총 269건이었다.

태권도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축구(25건), 야구(24건), 복싱(18건), 빙상(16건), 펜싱(1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조직 사유화 113건, 횡령 등 기타 104건,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32건, 폭력·성폭력 15건 등으로 집계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신고가 모두 비리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신고가 많은 경기 단체는 일단 문제가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고센터에 들어오는 제보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 내부에 상시적인 전담수사반을 만들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적발된 사례들은 체육계의 심각한 비리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 단체 전직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직원 7명이 수년 동안 유령회사와 차명계좌를 이용해 대회 운영비를 부풀려 13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단체 전 국가대표 감독은 국내외에서 실시한 전지훈련 중 숙박비와 식비를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10억 원을 횡령했다. 자신의 출신 고교를 잘 봐 달라며 심판에게 금품을 건네고 승부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자녀의 대학특례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로부터 입학실기시험 지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거나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문체부는 입시 비리가 적발된 학교에 신입생 선발과 경기 출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체육 특기자 전형에서 수능 및 내신 성적을 반영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러한 체육계 비리 조사 결과를 휴일에 어물쩍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애초 문체부는 지난 10월 말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가 하루 전에 돌연 취소했고, 그로부터 두 달 만에 기습적으로 28일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대통령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승마협회 비리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10달 동안 승마협회 관련 비리 신고가 10건이나 접수됐지만, 문체부는 정작 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관련 내용을 함구한 것이다.

승마협회는 정 씨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을 빚어왔다.

앞서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싼 특혜 시비 등과 관련해 승마협회를 조사한 문체부 체육국장과 담당 과장이 지난 9월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두 사람이 '정윤회씨 측이나 그에 맞섰던 측 모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린 뒤 좌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특히 유진룡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당 보고서를 올린 문체부 국장과 과장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밝혀 파문이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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