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스포츠4대악 중간발표 알맹이는 '쏙'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28일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체육계 비리 척결을 위한 의미있는 전진으로 보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10개월 동안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26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가 종결된 118건 가운데 검찰에 송치한 건과 수사를 의뢰한 건이 각각 2건씩이고 감사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한 건이 25건,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 처리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대통령 비선 실세로 거론된 정윤회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한승마협회 비리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 민간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발표 시기 역시 석연치 않았다. 문체부는 체육계 비리 조사 결과를 휴일에 어물쩍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의식해 발표 날짜를 기습적으로 일요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당초 연내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연말에 일정이 많은 것을 감안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말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가 하루 전에 돌연 취소한 바 있다.

문체부는 올해 초 승부조작 및 편파 판정,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 폭력 및 성폭력 등을 체육계에서 뿌리 뽑아야 할 스포츠 4대악으로 정의하고 신고센터를 신설, 제보를 접수했다. 이후 경찰청과 손잡고 합동수사반도 운영했다.

신고 종목별로는 태권도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축구(25건), 야구(24건), 복싱(18건), 빙상(16건), 펜싱(13건)이 뒤를 이었다. 비리 유형별로는 조직 사유화가 11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다. 최근 정치권 뿐만 아니라 체육계에서도 핵심 이슈로 떠오른 승마협회 관련 내용이 빠졌고 올해 초 체육계를 뜨겁게 달궜던 빙상 관련 사안도 거론되지 않았다. 또한 펜싱계에서는 지난 7월 합동수사반의 무리한 조사로 인해 횡령 혐의를 받았던 전직 펜싱 감독이 자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조사 결과나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문체부가 실적 과시와 연내 발표에 너무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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