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빠서 끊는다!" 담뱃값 인상 반응 심상치 않다

가격보다 정부 정책방향에 불만…"국민 바보취급, 정당성 없어"

금연 (사진=이미지비트)
"10년 전에 담뱃값이 올랐을 때도 투덜거리는 했는데, 지금은 투덜대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화가 나서 욕을 한다. 기본적으로 가격 오름폭 자체에 불만이 있고, 무엇보다 세금 걷으려는 수가 빤한데 국민건강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불만이다."

"기분이 나빠 금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용준(33)씨의 말이다. 담뱃값이 500원 인상됐던 2006년과 2000원이 인상된 2015년의 풍경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응이다.

2015년이 밝자마자 벌어지고 있는 '담배 전쟁'은 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일종의 '가격 저항'에서 한 발짝 더 나가 있다. 금연클리닉마다 3배씩 늘어난 방문자, 인터넷쇼핑몰에서 10배씩 늘어난 전자담배 수요에는 가격 저항 이상의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당성 없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불만이다.

당장 포털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는 관련 불만들은 꼼수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보다 이번 담뱃값 인상이 건강증진부담금 등 목적세가 아니라 지방세와 개별소비세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들이다.

"담뱃값 인상이 내 경제생활에 전혀 지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담배값 인상은 좀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네티즌 inh***은 포털 게시판에 부가가치세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인상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면서 담뱃값이 인상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방교육 재정 부족분을 왜 담배가 채워야 하는지 모르겠고, 담배에만 특별히 담배소비세가 붙는데, 지방세이니 백번 양보해 참겠다. 그런데 또 개별 소비세를 추가하겠단다. 이 것은 국세이며 이것이 이번 담뱃값 인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담배소비자협회에는 담뱃값 인상이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5년 이후 물가상승률과 실질소득상승률 등을 고려해 올해 담뱃값을 산출하면 3000~3500원 선밖에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이었던 시절 노무현 정부의 담뱃값 500원 인상에 반대하면서 했던 발언도 SNS 상에서 '인기있는' 리트윗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담배는 서민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정부여당이 보이는 태도는 논란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자동으로 담배가격이 인상되도록 해야 한다(2일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거나 "물가연동제의 경우 과거 유류세를 인상했을 때 연차적으로 적용한 입법사례가 있다(4일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 등의 발언은 "주기적으로 흡연자들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으로 세수 증세가 목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공식적으로 금연을 선언하고 나서는 지경이다. 꼼수 증세 반발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자 주무부처 장관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올렸던 2006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국세와 지방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담뱃값이 오르다보니, 소비자들도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바보취급 했으니 지금처럼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도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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