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 뭔가요?
◆ 김성완> 어제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군 논란이 하나가 있는데요. 외동이들을 썩은 떡잎에 비유한 포스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논란을 키운 건 이런 포스터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출산장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 한국생산성본부,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지금 그 포스터를 보고 있는데 외떡잎은 흑백으로 처리를 했고.
◆ 김성완> 맞아요.
◇ 박재홍> 그리고 쌍떡잎은 칼라로 파란 하늘에 이제 아주 바람직한 모습을 했고 ‘하나는 부족합니다.’ 이렇게 했네요. 이게 이제 외동 아들이나, 외동 딸을 두신 분들은 굉장히 화날 것 같은데요.
◆ 김성완> 화 정도겠습니까? 어제 난리가 났었는데요. SNS는 물론이고 다음 아고라,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부모님들 분노가 막, 분노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는데요. ‘우리 아이가 보고 상처받을까 봐 무섭다.’,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난다.’ 이런 글도 있었고요. 좀 과학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외떡잎 식물이 쌍떡잎 식물보다 열등하다니, 이런 무식한 얘기가 어디 있느냐, 이런 것에 어떻게 상을 주느냐 이런 얘기까지도 올려놨었습니다.
◇ 박재홍> 포스터에 있는 문구도 굉장히 문제가 됐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를 해 주시죠.
◆ 김성완> 방송을 듣고 아침부터 화나는 분들 굉장히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이게 눈으로 보면 금방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습니다. 라디오니까 잘 들어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출산장려 포스터답게 포스터 슬로건이 ‘하나는 부족합니다.’ 이거입니다. 이 글귀가 포스터 정중앙에 크게 딱 박혀 있고요. 그 아래 바탕이 이미지가 있는데 바탕이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포스터를 딱 반을 나눠서 왼쪽에는 누렇게 시든 외떡잎이 있고요. 거의 다 죽기 직전이고.
◇ 박재홍> 하늘은 회색빛, 잿빛입니다.
◆ 김성완> 오른쪽에는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쌍떡잎을 대비를 시켰는데요. 이게 무슨 의미냐하면 한마디로 외동이는 시든 외떡잎, 다둥이는 파릇파릇한 쌍떡잎이다, 이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거기에 그런데 이런 글이 적혀 있었는데 이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무슨 내용이냐면요,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편견에 사로잡힌.
◆ 김성완> 그렇죠.
◇ 박재홍> 그런 문구가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당연하죠, 지금 이게 외동이는 인간적 발달이 느리다고 하는 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 박재홍> 근거가 없는 얘기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상을 준 단체가 한국생산성본부 정부산하기관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러니까 더 문제라는 건데요. 이 한국생산성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의 특수법인이에요. 정부산하기관입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주로 컨설팅을 해 주는 기관인데요. 이게 지난해 6월에 공모전을 연 거예요. 뒤늦게 알려졌는데 당시 산자부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의 포스터였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도 후원을 했다는 겁니다. 8월에는 경복궁 전시관에서 전시회까지 열었다고 하는데요. 이게 한참 시간이 지나서 한 네티즌이 포스터를 SNS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이 됐고 이게 이제 뒤늦게 알려지게 된 거죠. 그런데, 생산성본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7개월이 지나서 다시 심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반응을 보냈습니다.
◇ 박재홍> 아, 다시 심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까?
◆ 김성완> 그것도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죠.
◇ 박재홍> 여론에 밀려서 다시 심사한다니까 또 상의 권위가 더 떨어져 보이네요. 그런데요, 외둥이는 혼자 자라서 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다, 뭐 이런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은 아닌가요. 버릇이 없어, 뭐 생각없이 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 김성완> 네, 사람들하고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첫째는 맏이니까 좀 든든하고 둘째는 조금 샘이 많고, 중간에 끼어서. 뭐 외아들 같은 경우에는 조금 이기적이다, 뭐 이런 얘기들을 하죠. 그런데 그게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가 1만 3000명의 아이들을 추적조사를 했는데요. 이렇게 자라날 때까지 추적 조사를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유치원 때는 차이가 조금 있었다고 해요. 외둥이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 그런데 자라고 나서 보니까 똑같더라.
◇ 박재홍> 성장하고 난 뒤면.
◆ 김성완> 초등학생 정도 올라가면 거의 차이가 없더라, 이런 게 증명이 되어 있고요.
◇ 박재홍> 학교 가면서 사회과정을 거치니까요.
◆ 김성완> 친구들도 주변에 많이 생기고 하니까요. 텍사스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의 사회성을 16개 분야로 나눠서 조사를 했는데 오히려 외둥이가 성취도와 자존감이 더 높더라 이런 조사결과를,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게 외둥이를 둔 부모들이 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둘째, 셋째는 부자의 상징이라고 그러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실제로 조사를 한 걸 보면 가난한 집은 외둥이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 조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걸 해 버리면 그 부모들이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 박재홍> 아이를 더낳아 기르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부모들은...
◆ 김성완> 그러니까 한 부모가 저한테 포스터 보고 이렇게 항의한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딱 제가 그 내용을 그대로 읽어드리면 “임신과 출산기간을 일을 하면서 버틴 한 비정규직 외동이 엄마는 그 시절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악몽이라 기억한다.” 꼭 방송에서 이 얘기를 전해달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 박재홍> 네.
◆ 김성완> 이런 게 이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데 무슨 근거로 이런 포스터에 금상을 주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요. 더 심각한 건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 박재홍> 이런 일이 또 있었습니까?
◆ 김성완> 1년 전이었는데요. 작년 2월에 한번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공단이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포스터 때문이었는데요.
◇ 박재홍> 주로 포스터들이 문제네요.
◆ 김성완> 네, 포스터 왼쪽에는... 위쪽에는 폐지를 실은 손수레. 핸드카트라고 하는 거 있죠. 그게 있고. 그 아래에는 고급 여행용 가방이 이렇게 있습니다. 사진 아래는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게 노후보장을 해서 국민연금을 가입하라, 이런 취지로 했겠지만 그때 인터넷이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늙어서 폐지 주울래, 여행 갈래 물어보는 말하고 똑같은 말이다, 누구는 못살고 싶어서 못사냐, 누구는 국민연금 가입하고 싶지 않아서 가입 하지 않은 거 아니지 않느냐, 이런 반론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국민연금이 사실 또 지금 우리가 생활할 만큼 연금을 주느냐, 그것도 아니잖아요.
◇ 박재홍> 물가연동과 함께하는 것도 아니고.
◆ 김성완> 기업은 노트표지에 이런 것도 했어요.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 박재홍>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 김성완> 정부기관이 정책홍보할 수 있죠. 그런데 홍보를 하려면 현실이 어떤지부터 파악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고요. 심사위원도 좀 제대로 뽑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포스터가 상 받지 않도록.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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