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이 끝난 뒤 하프타임에는 '세기의 슛 대결'이 이뤄졌다. 한국 남자 농구 슈터의 계보를 잇는 전설들이 나선 것. 아시아 최고 슈터로 꼽혔던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71)과 이충희 전 원주 동부 감독(56), 문경은 서울 SK 감독(44)이다.
골밑슛 1개와 미들슛 2개, 자유투 1개, 3점슛 1개 등 5번을 빨리 성공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신 부회장은 70대 고령으로 어깨를 다쳐 이 감독과 문 감독이 맞붙었다.
이 감독의 별명은 슛도사. 외곽포가 워낙 정확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180cm 남짓한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페이드 어웨이 슛(뒤로 점프해서 던지는 슛)으로도 코트를 주름잡았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주역이기도 하다.
문 감독은 미국 유명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을 닮아 '람보 슈터'라는 별칭이 있었다. 이 감독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대표 슈터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극적인 우승을 이끌었다.
먼저 슛을 쏜 사람은 후배 문 감독. 앞서 이벤트 경기인 연예인 연합팀에서 몸을 풀었지만 문 감독은 도전에 앞서 골밑슛을 던지며 자못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5개의 미션을 수행한 문 감독의 시간은 27초94가 조금 넘었다. 3점슛 1개가 실패한 게 아쉬웠다.
이후 이 감독의 차례. 50살을 훌쩍 넘긴 이 감독은 지금도 3점 라인 밖에서 훅슛을 넣을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뽐낸다. "이길 생각이 없다"던 이 감독은 차분하게 슛을 넣었고, 25초03에 미션을 끝냈다.
시간상으로는 이 감독의 승리. 하지만 5개의 슛으로 고하를 가리기는 무리였다. 이 감독은 "후배가 이겼으면 했는데 내가 조금 빠르게 됐다"고 웃었고, 문 감독은 "어떻게 선배님을 이깁니까?"라고 화답했다. 두 슈터는 "모처럼 아시안게임 대표들과 함께 해 기분이 좋다"고 서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