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핵폭탄' 터지나… 정부 "중산층 감당할 수 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민간 장기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를 위해,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를 집중 육성하겠다며 특혜성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2~3% 불과한 임대사업 수익률을 5% 이상 보장해, 업체들이 임대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증금은 줄이고 월 임대료는 올리는 순수 월세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 '임대료 폭탄'이 우려된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 보증금은 줄이고, 월세는 올린다

국토부는 이번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은 월 임대료가 높은 것을 선호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따라서, 월세 대비 150배 수준인 임대주택 보증금을 앞으로 100배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목돈이 들어가는 보증금은 줄이는 대신 월세를 많이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월 임대료는 지방이 40만원 중반, 수도권은 60만원 내외, 서울은 80만원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은행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6% 금리가 적용되는 이 같은 월세를 좋아할 리 없다. 목돈이 들어가도 보증부 주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 정부, '월세 폭탄' 부담 없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중산층 개념을 제시했다.

통계청이 2012년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서 중위 소득(월 354만원)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177만원에서 531만원이면 누구나 중산층에 속하게 된다.


소득 분위(1분위가 최저 소득층)로 보면, 3분위에서 9분위까지 모두가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전체 국민의 65%가 여기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지방 평균 임대료인 월 40만원 중반대는 소득 분위로 보면 3분위 이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60만원은 소득 5분위 이상, 서울 80만원은 소득 8분위 이상에 해당돼, 결국 기업형 임대주택은 모든 중산층을 위한 주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을 감안할 때 지금도 4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 평균 임대료가 40만원에서 80만원 수준이면 얼마든지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중산층이 아닌데, 중산층이라고 우기는 정부...월세 부담 전가

하지만, 국토부가 내세우는 통계청 자료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이 중산층에 대해 느끼는 의식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당신은 중산층이십니까'라는 내용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이라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또, 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이상적인 중산층 모습으로 월 515만원 수입에 115㎡(35평)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국토부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득 5분위(월 354만원)를 기준으로 60만원의 월세를 책정할 경우 세입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중산층에 대한 스펙트럼을 확대해, 중산층에 적절한 월 임대료를 책정했다고 주장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무주택 서민들의 형편을 감안하면 초기 보증금을 많이 받고 월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이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임대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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