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아동학대 왜 못막나…선발·교육·인증도 부실

사고 어린이집, 복지부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 인증
어린이집 아동학대 연간 202건…자질 평가·아동학대예방교육 강화 필요

보육교사가 네살배기 여아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높은 점수로 평가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정부의 부실한 평가 인증제도 운영이 비판을 받고 있다.


14일 복지부의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작년 6월 100점 만점 중 95.36점의 높은 점수로 복지부 인증을 받았다.

복지부는 상시 자체 점검, 지자체의 확인, 어린이집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현장 관찰, 학계 전문가·공무원·현장전문가 등 3인 1조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홈페이지에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에 대해 "어린이집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한 후 국가가 객관적인 평정을 실시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복지부는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을 상징하는' 평가인증 로고를 부여한다.

담당 부처가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인정한 어린이집에서 아동 폭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어린이집 평가 인증 체계의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평가 인증 체계 뿐 아니라 보육 교사에 대한 선발 체계와 보수 교육 시스템 등 어린이집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확인된 아동학대의 8.7%(591건)는 어린이집이나 아동복지시설 등 아동 양육 시설의 종사자들이었다. 이 중 3.0%(202건)는 어린이집 종사자가 가해자였다.

어린이집 종사자의 아동학대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육교사를 선발하거나 이들을 교육하는 체계에는 허점이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의원(새누리당)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보육교직원 자격증 신청자 중 미교부율은 5%도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이 응시자의 대부분이 합격할 만큼 지나치게 쉽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작년 8월까지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45만명에 달한다.

일단 보육교사가 된 뒤 받게되는 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 자체적으로 6개월 1회, 연간 8시간 이상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결과를 매년 1회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각 지자체가 어린이집들이 제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육정책 연구자는 "보육교사 선발 과정에서 기질 자체가 보육교사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인력과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이 지나치게 타이트하지 않은지 이번 기회에 점검해야 한다"며 "보육교사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보조교사를 지원해 교육과 휴식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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