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내실에 무게… 당국 "실적만큼 질도 중요"

기술금융 공급규모 배점 낮추고 기업지원, 지원역량 평가 강화

기술금융의 급격한 확대로 부실발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기술금융 실적이 좋은 은행들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주되 기술금융의 질을 따져 허수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은행권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특수은행 등 그룹별로 나눠 은행 혁신성 평가를 실시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혁신성을 3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할 예정이다. ▲은행별 기술금융 지원규모, 지원방법, 지원역량 등을 평가한 기술금융 확산(40점) ▲낡은 여신‧인사관행 등을 평가한 보수적 관행개선(50점) ▲금융권 신뢰회복 등을 평가한 사회적 책임이행(10점) 등이 그것이다.

금융위는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 은행들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신용보증기금의 출연료를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가 지난 10월 이런 방침을 발표한 이후 7월말 1992억원(486건)에 불과했던 기술금융 대출잔액은 12월말 8조9247억(1만4413건)으로 급증했다. 6개월 만에 46.4배 증가한 것이다.

각 은행들이 금융위에 제출한 올해 기술금융 목표치는 20조원(3만2100건)으로 지난해 보다도 10% 높게 책정됐다.


특히, 지난해 기술금융 실적에서 기업은행(2조2165억원)과 신한은행(1조7360억원), 우리은행(1조3123억원) 등에서 밀렸던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술금융 실적(7464억원)의 5배를 목표치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중 은행들도 지난해 기술금융 실적을 상회하는 목표치를 금융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금융에 대한 실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담보나 보증 위주의 낡은 보신주의 관행부터 타파해야 한다"며 "현장의 기술력이나 성장가능성을 평가하여 자금을 공급하는 창의적 금융인이 우대받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혀 기술금융에 대한 금융권의 경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장의 기술력이나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한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기술금융이 실적경쟁에만 집중돼 부실발생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주가 멀다 하고 기술금융 우수 영업점을 방문해 독려하고, 주요 은행 담당자들이 매주 금융위에 모여 기술금융 관련 회의를 하는데다 상황판까지 설치해 기술금융 실적경쟁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금융권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위는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기술금융실적을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하되 기술금융내용이나 은행의 기업 지원 부분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당초 기술금융평가 40점 중 20점을 기술금융 공급규모로 평가할 예정이었지만 기술금융 규모 매점을 16점으로 줄이고, 기업지원과 신용지원분야의 배점을 각각 8점과 6점으로 늘렸다.

특히 기술평가건수에서 기술등급 10단계 중 상위 6단계에 포함하는 기술금융만 실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기술금융관련 조직과 인력을 평가하는 지원역량 항목도 당초에는 전담조직 구축여부와 관련 전담인력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예정이었지만, 금융위가 실제로 은행 등을 방문해 해당 인력이 기술금융 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등을 정성적 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기술금융실적과 보수적 금융관행개선과 사회적책임이행 등을 평가해 우수은행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료와 산업은행 온랜딩 대출 등 정책금융 지원때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최근 은행권 부행장들에게 이런 평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처음 도입될 때도 담보 없는 대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자리 잡지 않았냐"며 "기술신용대출 급증에 따라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알고 있지만 내실을 채우며 기술금융이 확산된다면 우리 금융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