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세시봉·토토가…'배려가 필요하다'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10] … '복고 열풍'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1월 15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어떤 검색어 키워드를 가지고 나오셨나요?

=. 예 오늘 키워드는 ‘복고 열풍’입니다. 지금 문화가에선 복고 열풍이 아주 뜨겁습니다.

이 시간에는 ‘세대별 복고 열풍’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살펴보고요.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선에 대해서도 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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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어떤 세대부터 살펴볼까요?

=. 예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60대 후반부터 70대, 80대가 될 텐데요.

이들 노년층이 지금 영화 ‘국제시장’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이죠. 13일에는 ‘국제시장’이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물론 전 연령층이 고르게 영화관을 찾았지만, 평소 영화를 잘 보지 않던 노년층을 끌어들인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최근 CGV가 지난해 60세 이상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 5편을 공개했는데요... 국제시장이 ‘명량’과 ‘수상한 그녀’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국제시장은 지난해 12월 17일에 개봉해 단 15일치의 통계만 적용했는데도 3위를 기록한 건데요. 그만큼 60대 이상 관객이 많이 몰렸다고 볼 수 있죠.

▶ 노년층 관객이 몰린 것은 아무래도 50~60년대 이야기를 많이 다뤘기 때문이겠죠?

=. 그렇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흥남철수’와 ‘이산가족’, 광부와 간호사의 ‘파독’, 그리고 ‘베트남전쟁 참전’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또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당연히 노년층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소재가 나오다 보니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여기에다 영화 속에 배여 있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가장의 책임감과 ‘그 힘겨웠던 시절을 견뎌냈다는 자부심’도 노년층 관객을 불러 모으는 동인입니다.

▶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최근에는 ‘토토가 열풍’도 대단한 것 같아요.

=. 재작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촉발된 90년대를 향한 그리움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거쳐 ‘토토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 무한도전이 특집으로 마련한 ‘토요일 토요일 나는 가수다’에 40~50대 시청자들이 열광하면서 90년대 음악도 덩달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방영된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tns 수도권 기준으로 무려 29.6%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에 '마의 20%'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만큼 높은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BC가 토토가 시청자들을 분석해봤더니 40대 여성이 가장 많았고,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음원차트도 강타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같은 90년대 히트곡들이 무더기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음원시장 비수기인 1월에 그것도 발표된 지 10년이 넘는 곡들이 한꺼번에 다시 사랑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 중년층의 ‘토토가 열풍’...이유가 뭘까요?

=. 예, 경제상황과 관련이 있는데요. 30대부터 우리 40~50대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실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비와 주택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또 회사에서는 ‘구조조정’과 ‘명퇴’, ‘임금 삭감’과 같은 공포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거든요.

그러니까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가장 행복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위안을 찾으려 한다는 겁니다.

또 경쟁에 지친 중년세대의 ‘억눌린 자아’가 눈을 떴다는 분석도 있구요. 요즘 섹시미를 내세우는 ‘걸그룹’이나 ‘아이돌’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의 획일성에 대한 반발이라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 국제시장은 한국전쟁이후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 또 ‘토토가 열풍’은 90년대에 대한 추억인데요... 생각해보니 ‘세시봉 열풍’도 있었네요.


=. 그렇습니다. 5년전이죠. 지난 2010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추석특집으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초대해 60~70년대 통기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세시봉 열풍의 발단이었습니다.

이들은 청년문화의 산실이 된 통기타 라이브클럽 ‘세시봉(C’est si Bon·불어로 참 좋다란 뜻)’에서 함께 노래한 인연이 있는데요. 주로 70년대에 20대였던 그러니까 지금의 60대들에게는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에 ‘세시봉’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거든요. 이 영화를 계기로 지금은 좀 잠잠해진 ‘세시봉 열풍’이 다시 한 번 거세게 일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 그런데 이런 세대별 복고 열풍에 대해서 이런 저런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 먼저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비판인데요. 주로 젊은 세대가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너무 산업화세대를 미화하고 있다’에서부터 ‘반성 없는 어른 세대의 고생담에 대한 미화일 뿐이다’, ‘지극히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여준 아버지의 역사다’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영화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민주화 열망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점도 문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있죠.

‘토토가 열풍’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입니다. 97년 IMF 경제위기 이전까지 아버지세대가 이뤄 놓은 호황 속에서 흥청망청했던 시절을 단순히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냐는 것입니다.

▶ 그럼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물론 영화나 어떤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누구든지 비평이나 비판을 할 수 있죠. 또 민주사회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거고요.

하지만 ‘복고 열풍’에 대해 세대 간 대립이나 또는 진영 간 대립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노년층이 ‘국제시장’에 열광한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젊은 세대의 아픔이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최근 CBS 노컷뉴스가 한국파독연합회 하대경(74) 회장을 인터뷰했는데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 덕수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면서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며 아주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60~70대에도 이런 균형감각을 갖춘 어르신들은 많습니다. 그러니까 노년층의 ‘국제시장 열풍’에 대해서도 굳이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는 거죠.

▶ 그러면 토토가 열풍에 대한 비판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겠네요.

=. 그렇습니다. 사실 ‘토토가 열풍’에 대해서도 비판할 거리를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토토가 열풍을 통해 세대간 소통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큽니다.

KT 음원사이트에서 ‘90년대 노래’를 다운받은 연령층을 분석해보니 자식세대인 20대가 50% 이상으로 가장 많았거든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인형을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통 우리가 사랑스럽게 바라보지 않나요? 그런 것처럼 특정 세대에 부는 복고바람도 서로 좀 따뜻하게 봐주면 어떨까요.

그 세대만의 열광과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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