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가 만능? 인권침해 논란에 실효성도 의문

"양질의 교사 확보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해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여당 역시 어린이집 학대 근절책의 하나로 CCTV 의무 설치안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방안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핵심을 비껴난 미봉책이라 지적한다.

한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청원게시판에는 13일 오른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청원에 16일 오후 현재 2만 439명이 동참을 표시했다. 유사한 청원도 잇따른다. 아동 폭행 관련 기사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민심을 등에 업은 정치권의 관심도 뜨겁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이 16일 함께 내놓은 대책에는 아동학대가 벌어진 어린이집에 대해 곧바로 운영정지나 폐쇄조치를 내릴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 CCTV 의무설치안… 인권침해 문제에 실효성 의문까지

4세 여야가 폭행당한 K어린이집에도 CCTV는 설치돼있었다.
그러나 처벌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이 보여준 총체적 보육 난국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CTV 설치 의무화가 만능 해법인냥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언제든 또 다른 폭행사건이 터질 수 있는 보육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국민적 공분에만 편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선아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에 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어린이집에도 CCTV가 있었다"면서 "이를 설치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보육교사가 '학대'와 '훈육' 자체를 구분 못해 생긴 것"이라고 진단하고, "아동 인권 교육을 의무화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CCTV 설치로 인한 교사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CCTV 설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상담센터장은 "CCTV를 설치한다고 해도 사각지대가 있다"며 "녹음도 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적 폭력 등은 예방할 수 없고 '사후약방문'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연 센터장은 특히 CCTV 설치로 인해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열악한 처우에도 '생애 첫 교사'라는 자부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양질의 교사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인건비 절감 문제가 핵심… 국공립 시설 늘려야"

CCTV 설치안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게 일선 보육교사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체 어린이집의 95%가 민간 시설인 가운데, 비용 절감에 급급한 민간 어린이집이 저렴한 인건비의 교사를 찾게 되는 현실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으로선 인건비를 고려해 경력이 짧고 교육 연수가 낮은 교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학부모들은 인프라가 좋은 어린이집보다 좋은 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을 원한다"면서 "어린이집 공시포털에 교사들의 경력과 학력 등을 공개해 좋은 교사를 홍보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16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비용 절감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민간시설의 경우 우수한 교사를 임용한다거나, 교사에게 충분한 급여를 주면서도 적은 근로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전념하게 할 수 없다"면서 "보육교사들이 일 때문에 지친 점이 폭행 사태가 반복되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기존시설이나 종교시설을 활용해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면 얼마든지 적은 예산으로도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수 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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