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깨톡]같은 호텔 다른 생활, 韓-日의 분명한 차이

일본 축구대표팀의 가가와 신지와 기요타케 히로시는 이라크와 경기를 앞두고 숙소가 아닌 호주 브리즈번 시내의 한 식당을 찾아 식사했다. 브리즈번(호주)=오해원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장도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함께 호주를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슈틸리케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묘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17일 개최국 호주와 조별예선 3차전을 치르고, 일본은 하루 앞선 16일 이라크와 조별예선 D조 2차전을 치르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브리즈번 시내의 한 호텔에 두 나라를 함께 배정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 외에도 이라크도 같은 호텔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의 라이벌이 같은 숙소를 쓰는 것은 어색한 일이지만 각국 선수단의 숙소 배정은 AFC의 몫인 만큼 같은 조에서 경기하지 않는 한국과 일본을 동일한 호텔에 배정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비단 숙소만 같이 쓰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캔버라를 떠나 브리즈번으로 이동한 첫날인 지난 14일에는 브리즈번 시내에 자리한 페리파크에서 차례로 훈련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호텔과 훈련장을 사용하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훈련과 경기를 제외한 숙소 생활에서는 상당히 다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 선수들은 자유롭게 숙소 밖을 다니며 추운 일본과는 다른 호주에서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식사를 위해 들른 한 식당에서는 직원이 “조금 전 일본 대표팀의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가 다녀갔다”며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가 하면, 또 다른 한 식당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러 온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스탕다르 리에주)가 현지 축구팬에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라크와 경기 당일에도 대표팀 관계자들과 브리즈번 시내를 관광하는 기요타케 히로시(하노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4강 혹은 결승에서 적으로 만나야 하는 운명의 한국과 일본이지만 숙소 생활만큼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우리도 숙소 밖에 나간다”며 차이를 부정했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처럼 자유롭게 숙소 밖을 다니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볍게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일본 선수들과 달리 숙소 밖에서 식사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같은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나라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 관계자는 “보통 대표팀의 분위기는 감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엄격하게 식사 시간을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식사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숙소 생활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깐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은 어떨까요.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훈련 때도 본인이 직접 훈련용 표지를 설치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지만 선수들의 숙소 생활만큼은 어느 정도 풀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대표팀 관계자는 “캔버라에서는 우중충한 날씨에 숙소 밖 생활도 활기찬 면이 없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는데 브리즈번은 숙소 로비부터 시끌시끌하다. 날씨까지 좋아 아팠던 선수들이 빠르게 회복했다”고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빠르게 훈련에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습니다.

현지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린 캔버라의 이상기후를 뒤로하고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브리즈번의 여름으로 기운을 보충한 우리 대표팀. 개최국 호주를 맞아 과연 기분 좋은 승리로 조 1위로 8강에 갈 수 있을지 기대해 해봅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