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예산 8억도 삭감하더니…

말로만 근절, 예산반영엔 인색한 정부

(자료사진)
지난해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은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반드시 이를 신고하도록 의무가 한층 강화됐지만 관련 교육 및 홍보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교육 예산 8억 원을 삭감하더니 이번에는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춘 CCTV 의무화 등에 천문학적 예산을 들이겠다고 약속했다.

◈ 아동학대 의심될 때도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 강화

지난해 2월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건복지부 등 9개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9월 시행을 앞두고 아동학대 신고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경찰관이 즉시 개입해 수사하도록 하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란 어린이집 같은 각종 시설 직원이나 학원 교사 등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 종사자들로, 이들은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수사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특히 아동학대특례법 시행 과정에서 신고의무자 범위를 다소 확대하는 동시에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뿐만 아니라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를 강화했다. 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 총리는 당시 "스스로 보호할 힘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가정해체·문화적 특성 등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시의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사회적 관심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재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예산 전액 삭감

복지부는 이처럼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한층 강화된 점 등을 이유로 이들 신고의무자에 대한 온라인 교육 사이트 구축과 관련 공익광고 송출에 필요한 61억여 원을 반영해 당초 올해 아동학대 관련 예산안을 572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신고의무자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복지부 신청액의 30% 수준인 169억 원으로 대폭 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아동학대 관련 필요예산이 57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박근혜 정부 최종 편성안은 169억 원에 불과해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 의지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그나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아동보호기관의 인력과 운영비 지원 명목의 83억 원이 순증되면서 252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끝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과 대국민 홍보 예산은 최종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을 강화하겠다'던 정 총리의 호언(豪言)이 허언(虛言)이 된 꼴이다. 더구나 법이 확대 시행된 지난해에도 관련 교육 예산은 1,000만 원에 불과했다.

◈ 신고의무 교육 강화했다면 인천 사건 예방했을 수도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 (사진=남윤인순 의원 공식 홈페이지)
이번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인 보육교사 A(33·여)씨의 직장 동료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사실이 포착됐다.

동료 교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상습적으로 고성을 질러 애들이 무서워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잘 안 돼서 원장한테 건의했고 원장이 구두로 경고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원생 폭행은 공교롭게도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한층 강화된 지난해 9월에 처음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졌다. 만약 동료 교사들이 관련 교육을 수강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면 피해 아동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폭행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신고의무자 교육 이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새정치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최일선에서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런 신고의무자들인데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CCTV 의무화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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