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입은 채 체포된 판사…대법원 소극적 대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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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명동 사채왕'으로 알려진 사채업자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도권 지방법원 최모(43) 판사를 긴급 체포했다. 현직 판사가 검찰에 긴급 체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강해운 부장)는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최 판사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7일 최 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며, 다음날 재소환해 조사를 마친 직후 검찰청 청사에서 긴급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관련자가 친인척이어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 관련자 진술 번복 권유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 등을 감안해서 긴급체포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최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 판사는 사채업자 최모씨로부터 지난 2008~2009년 전세자금과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혐의를 극구 부인하던 최 판사는 지난해 4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지 9개월여 만에 결국 체포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최 판사와 사채업자 최씨의 돈거래를 폭로한 최씨의 전 내연녀를 불러 최 판사와 대질 조사를 벌였다.

최씨는 2008년 마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을 당시 동향 출신으로 검사 신분이었던 최 판사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 판사가 돈을 받은 시점은 모두 검사 재직 시절이 아닌 판사로 전직한 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판사와 함께 최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관 3명도 함께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직 판사가 근무 중에 검찰에 체포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건의 경우에도 사직해 법복을 벗은 이후에 검찰에 구속됐다.

대법원은 즉각 대국민사과를 하며 수습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사법부는 그동안 법원을 아껴주신 국민들에게 깊은 사과말씀을 드린다"면서 "비위로 인해 현직 판사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다. 책임에 상응하는 강력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최 판사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표 수리 시 징계 절차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수리 여부에 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에 관련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본인 해명만을 믿고 아무런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검찰 체포 직전까지도 현직에 근무시키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최 판사는 지난 주말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까지도 수도권에서 판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왔다. 대법원은 최 판사가 체포된 사실을 만 하루가 지난 19일 검찰 언론 브리핑 직전에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이 적극 부인하고 있고, 더이상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의 강제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최 판사의 체포 사실이 알려진 이날, 다음달로 연기될 것으로 알려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상고심 선고 기일을 오는 22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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