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3단 변신, 감독 아닌 본인의 선택!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

기성용은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3개의 포지션을 고루 소화하며 연장에서만 2골을 넣은 손흥민과 함께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다시 측면 공격수까지. ‘슈틸리케호’의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3단 변신에 성공했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 선발 출전해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치르며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주호(마인츠)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이번 대회서 4경기 연속 호흡을 맞춘 기성용이지만 이 경기에서 그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헌신했다.

80분 넘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기성용의 변신은 경기 막판에 시작됐다. 후반 37분 이정협(상주)이 나오고 한국영(카타르SC)가 투입되자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남태희(레퀴야)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했고,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기성용의 변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전·후반 90분 경기가 득점 없이 끝나자 기성용은 다시 한 번 위치를 조정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남태희가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복귀하면서 이근호(엘 자이시)가 오른쪽 측면에,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측면 공격수로 나서기에는 다소 느린 감이 있는 기성용이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느린 속도를 안전한 볼 키핑과 제공권 경쟁의 우위로 완벽하게 대신했다. 대표팀의 공격은 기성용이 버틴 왼쪽 측면에 집중됐다. 결국 기성용은 연장 후반 막판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빛나는 투혼을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경기 중 3차례나 바뀐 기성용의 포지션에 대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나의 결정이 아니라 기성용 스스로 결정한 변화"라며 "선수들의 의견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되도록 존중하려고 한다. 나는 남태희가 중앙에 서고 본인이 측면에 서는 것이 팀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기성용의 의견을 수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연장에서만 손흥민의 2골이 터진 대표팀은 기분 좋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지만 승리를 있게 한 최고의 조연은 단연 기성용이다. 그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쓰러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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