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골밑 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 골밑까지 속공으로 달려와 있더라"면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201cm, 110kg의 단단한 체격이 라틀리프는 기동력도 뛰어나 센터답지 않게 가드처럼 뛰어다닌다.
장신의 상대 마크맨이 도저히 쫓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속공 시 다른 선수가 맡으면 라틀리프는 신장과 체격의 우위로 밀고 들어가 득점을 손쉽게 추가한다. 흔히 장신 선수의 속공 참여를 일컫는 트레일러의 가장 좋은 예다.
▲헤인즈도 심스도 도통 막을 수가 없네
이는 비단 동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모비스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서울 SK 역시 마찬가지다. 라틀리프의 엄청난 존재감이 번번이 1위 질주를 노리던 SK의 발목을 잡았다.
22일도 라틀리프는 SK 원정에서 23점에 양 팀 최다 10리바운드로 80-75 승리를 이끌었다. 37분29초,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SK도 코트니 심스(206cm)가 17점 10리바운드를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라틀리프의 빠른 발을 따라가지 못했다.
올 시즌 모비스에 1승4패로 밀린 SK의 딜레마다. 공격 1옵션인 애런 헤인즈(201cm, 90kg)를 쓰자니 육중한 라틀리프를 막기 어렵다. (여기에는 모비스의 지역 방어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심스를 내보내면 골밑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치더라도 속공을 허용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울산 경기도 그랬다. SK는 심스가 골밑에서 버텨주면서 전반을 37-37로 마쳤다. 그러나 3쿼터 심스가 4반칙에 걸려 나가면서 무너졌다. 4쿼터 노련한 모비스 선수들이 라틀리프에 공을 집중시키면서 골밑이 허물어졌다.
▲한국 무대 3년 차에 절정 기량
지난 시즌보다 득점과 리바운드가 거의 2배다. 라틀리프는 로드 벤슨에 다소 밀려 평균 17분24초를 뛴 지난 시즌 10.4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벤슨이 퇴출되면서 팀 비중이 크게 늘었고, 가치를 한껏 입증하고 있다.
올 시즌 모비스는 속공에서 창원 LG(평균 4.45개)에 이어 2위(3.78개)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4위에서 적잖게 개선됐다. 올해 30분(27분43초) 가까이 뛰고 있는 라틀리프의 출전 시간이 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라틀리프는 유재학 감독의 집중 조련 속에 최고 외인으로 거듭났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 티가 났던 데뷔 시즌에 비해 이제는 미들슛에 노련미까지 갖췄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첫 경기던 지난 13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38점을 몰아치기도 했다.
모비스가 만들어낸 '강철 인간' 라틀리프. 그의 든든한 존재감에 모비스의 역대 사상 최초 챔피언결정전 3연패의 꿈도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