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깨톡]슈틸리케 주문에 이란-일본이 울었다

이번 대회 유력 우승 후보, 승부차기에 발목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 취재를 위해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브 오스트레일리아를 찾은 중동 취재진은 경기 전 열린 이란과 이라크의 맞대결서 이라크를 응원했다. 시드니(호주)=오해원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장도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함께 호주를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슈틸리케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2015 호주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한 우리 축구대표팀은 23일 시드니로 이동했습니다. 하루 전 연장까지 120분의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슈틸리케호’는 곧장 멜버른을 떠나 4강전이 열리는 시드니로 이동해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멜버른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기체 결함으로 회항했고, 결국 오후 늦게 시드니에서 회복훈련을 하려던 대표팀의 계획은 틀어졌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대표팀의 훈련 취소가 말 그대로 ‘액땜’이었을까요. 우리 대표팀에게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게 선수들과 함께 시드니에 도착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곧장 캔버라로 이동했습니다. 4강에서 만날 상대의 전력 분석을 직접 하겠다는 감독 본인의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신태용 코치도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현장에서 이란과 이라크의 경기력을 점검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120분을 경기해 승리를 챙긴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관찰할 이란-이라크의 경기 역시 120분간 치러지길 바랐습니다. 물론, 농담 섞인 그의 말이었지만 분명 뼈가 있었습니다. 상대가 누가 됐건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내주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였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준결승에 진출해 호주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시드니(호주)=오해원기자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한 마디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중동의 한일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이란과 이라크의 맞대결. 이란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120분간 무려 6골이나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두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대회 처음으로 승부차기에 나선 경기는 이라크의 7-6 승부차기승으로 끝났습니다.

현장에서 이 경기를 지켜본 그 누구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기뻐할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을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란-이라크 경기에 이어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일본-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함께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디펜딩챔피언' 일본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1만9094명의 축구팬이 일방적으로 응원했던 UAE는 예상외로 잘 버텼고, 일본은 후반 36분에야 시바사키 가쿠의 만회골이 터지며 연장에 돌입했습니다.

30분의 연장에서도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결국 두 팀도 승부차기까지 가서야 승부가 가려졌습니다. 일본은 간판선수 혼다 게이스케와 가가와 신지가 모두 실축하는 불운으로 승부차기에서 4-5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호주의 준결승 상대가 일본이 아닌 UAE로 확정되자 호주 축구팬들은 마치 결승이라도 진출한 듯 기뻐했습니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아시아 1위에 올라있고, 일본은 2000년 대회를 시작으로 최근 아시안컵에서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예상치 못한 패배로 준결승 합류가 무산됐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비행기 회항은 불운이었지만, 이란과 일본의 탈락은 최고의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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