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을 부탁해” 김진현 향한 슈틸리케의 특별한 주문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9경기서 6경기 선발 출전해 무실점

김진현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치른 A매치 9경기 가운데 6경기에 선발 출전해 무실점 선방을 이어오고 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내일 경기? 무실점해주기를 바란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3번 골키퍼’였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소집된 이후 줄곧 ‘3번 골키퍼’였다. 대표팀에 발탁돼 동료들과 함께 영광스러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지만 출전 기회는 오지 않았다.

묵묵히 2년 넘도록 기다린 끝에 A매치 출전의 기회가 왔다. 2012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린 ‘무적함대’ 스페인과 평가전. 비록 경기는 1-4로 크게 패했다. 하지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진현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비록 4실점했지만 당시에도 스페인의 공세를 수차례 선방으로 저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A매치 데뷔전 이후 김진현의 기다림은 또다시 이어졌다.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의 팽팽한 경쟁 속에 김진현은 언제나 ‘3번 골키퍼’ 역할에 그쳤다. 심지어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이범영(부산)과 ‘3번 골키퍼’ 경쟁에서도 밀렸다.

다시 한 번 김진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정성룡이 부진한 경기력에 그친 것은 물론, 김승규가 월드컵 이후 소속팀에서 부진한 활약에 그쳤다는 점에서 김진현에게 A매치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베네수엘라와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은 김진현에게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우리 대표팀이 처음 경기한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도 선방쇼를 선보이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상대 감독까지 엄지를 치켜들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경기력이었다.

이후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경기한 9경기 가운데 6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같은 기간 김승규와 정성룡은 각각 2경기와 1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삼국지’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2010년 이후 축구대표팀에서 '3번 골키퍼' 역할에 그쳤던 김진현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정성룡과 김승규(왼쪽부터)를 밀어내고 확실한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25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에 대한 신뢰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김진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공개하며 격려했다.

“지금까지 김진현의 경기력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입을 연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 직전까지 누구를 주전 골키퍼로 쓸 것인지 고심했다. 3명 모두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고, 프로다웠다. 하지만 결국 내린 결정은 김진현이었다”고 말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도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김진현이 엄청난 선방으로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비록 감기몸살로 쿠웨이트와 조별예선 2차전은 결장했지만 김진현은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김진현이 계속해서 무실점 경기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골키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이 있어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었다. 1-0이라는 점수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김진현의 활약 덕분이다. 대표팀의 수비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내일 경기도 무실점해주기를 바란다”고 특별한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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