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곳 없는데 지방재정 확충하라는 청와대

곤혹스런 행자부‥‘증세없는 복지’ 논란 다시 가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행정부의 엇박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방교부세 개편방향을 제시한데 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교부세는 자체세입을 늘리면 지자체에 내려오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꺽는 비효율 구조는 아닌지 점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교부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세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발언요지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적은 일견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동안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이 디폴트(지급불능)상태에 놓일 지경에 이르면서도, 단체장만 생색나는 국제행사를 유치하거나, 대규모 SOC사업을 벌이는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지방세수확대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2에 이르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자치단체가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세원(稅源)이 너무 제한적인 것이다.

그나마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국회에 올린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법안은 서민증세라는 이유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말정산 대란으로 민심마저 크게 술렁이고 있어, 주민세 인상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정종섭 장관이 주민세 인상을 언급했다가 비난여론에 밀려 국회에 맡기겠다며 물러서는 해프닝이 발생하는등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곤혹스런 입장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방세수를 늘리라며 질책성 독려를 하고 나선 것은 너무 청와대의 입장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 자료사진 (황진환기자)
◇‘증세없는 복지는 결국 말뿐’ 논란 가열

행정자치부는 일단 박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교부세 개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현재 교부세 개편을 위해 민간으로 구성된 지방재정혁신단을 통해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재정혁신단은 오는 4월쯤 혁신안을 확정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내용은 지방재정 확충에 노력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시행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담배세 인상, 연말정산 개편등 편법을 동원하며 사실상의 세금인상을 해왔다.

부자와 기업들은 그대로 둔 채 서민들의 주머니만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여기에 지방에 복지재정을 지나치게 이관하면서 자치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천명해 온 ‘증세없는 복지’는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점이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지방세수 확대와 교부세 개편을 들고 나온 것은, 현재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성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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