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도 아쉬운 '로봇' 차두리의 은퇴

호주 아시안컵 끝으로 '태극마크'와 영원한 이별

차범근 전 감독은 아들인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가 아쉽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뉴캐슬(호주)=오해원기자
"아쉽지요. 평생 뛰어다녔으면 좋겠는데..."

최근 한국 축구는 은퇴를 앞둔 차두리(서울)에 푹 빠졌다. 1980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 버린 차두리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여전히 '폭주 기관차'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독일에서 시작된 유럽 생활은 스코틀랜드를 거쳐 11년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차두리는 FC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2014시즌에는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되며 당당히 K리그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를 굳혔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K리그 최고 수비수로 선정된 차두리에게 대표팀 복귀는 당연했다.

하지만 차두리는 오랜만에 복귀한 대표팀과 인연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차두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영원한 이별을 선언했다.


2001년 첫 발탁 이후 아쉬운 작별을 선언한 차두리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번갈아 가며 '슈틸리케호'의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오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릴 아시안컵 결승전은 차두리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차두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영원히 이별한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그렇다면 '축구선수' 차두리가 아닌 '아들'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를 바라보는 '아버지' 차범근의 속내는 어떨까.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이 열린 27일(한국시각) 호주 뉴캐슬의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만난 차범근 전 감독은 아들의 대표팀 은퇴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아쉽다"는 짧고 굵은 소감을 털어놨다.

이어 "아들이 평생 운동장을 뛰어다녔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빠의 생각일 뿐이다. 아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평생 축구선수로만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분명 아들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분명한 아쉬움이 녹아있었다. 많은 축구팬이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결정을 미뤄달라는 공개 요청까지 하는 상황에서 축구 선배이자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내인 오은미 씨가 아들의 마지막 A매치를 보기 위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무려 13년 만에 축구장을 찾는다고 귀띔한 차 감독은 "마지막 결승전이 남았는데 은퇴하면서 좋은 선물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