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진상규명, 정쟁으로 몰고가는 집권여당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을 찾아 김무성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좌측부터 권영빈 위원, 조대환 부위원장, 김무성 대표, 이석태 위원장. 김선혜 위원, 박종운 위원) 윤창원기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여권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조사위 출범을 위한 설립준비단에서 여당 측 특위위원과 정부 공무원들이 업무를 중단한 채 철수했다.

여당 추천 조사위원들이 파견 공무원의 복귀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즉각 수용하면서 설립준비단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앞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6일 특별조사위의 조직과 예산이 너무 비대하다며 '세금도둑'이라고 몰아부쳤다.

여당측은 특위에 배정할 예산규모와 파견공무원의 직급과 숫자를 문제삼고 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언제부터 국민의 세금을 이처럼 아끼려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면서 담뱃값인상에 연말정산 파동까지 꼼수를 통해 사실상 증세를 해왔던 것이 정부 여당 아니었던가?

세금을 핑계로 세월호 특위 활동의 발목을 잡으려 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세금을 아낀다해도 아낄 곳에서 아껴야 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다음에 고려할 사안이 예산의 효율적 배정과 집행문제다.

특위 출범전부터 이처럼 딴죽을 거니 앞으로 특위 활동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는 이념의 문제도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사안으로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초를 닦아야 하는 것이다.

여당의 전략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기보다 이 문제를 정쟁으로 끌고가 국민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려 하는 듯 하다.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면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을 오히려 훼방꾼처럼 행동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으니 여당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세월호 유족이나 참사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에 내려가 유족들과 대화를 했을 때 박수를 쳤고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이 팽목항에서 유족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사고수습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3백4명의 소중한 생명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어처구니 없이 숨진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비통해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야 한다고 모두가 다짐했다.

세월호 특위는 그런 국민의 여망을 담아서 출범하는 조직이다.

짧게는 1년 6개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난·재해 안전 대책을 제시하는 역사적 책무를 맡았다.

지금이라도 여당은 특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 시도하거나 파행으로 이끌려하기 보다 오히려 주도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놓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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