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현직 검사 쓰는 靑, 민정비서관까지 검사 기용하나

朴대통령 대선 공약 무색케 해,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 심해질 것"

청와대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에 또다시 현직 검사를 기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직 검사들은 공직에 쓰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무색할만큼 인사철마다 검사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현 정권 들어 검찰 조직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파격 승진된 이후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을 어떻게 채울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동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사태 후 바닥에 떨어진 민정수석실의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정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은 양대 축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번에도 청와대의 선택은 현직 검사였다. 유일준 수원지검 평택지청장(49 사법연수원 21기)이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다. (관련기사 1.28 CBS노컷뉴스 [단독]靑 공직기강비서관에 유일준 평택지청장 발탁)

유 지청장은 서울 출신으로 우병우 수석보다는 두 기수 아래이다. 우 수석이 유 지청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지청장은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청와대로 출근하게 된다.

특히, 유 지청장은 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서 현직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휘한 전력이 있다.


유 지청장은 올해 검사장 승진 대상자인 만큼 청와대 파견을 끝으로 검찰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직 검사를 또다시 요직에 채용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 수석의 뒤를 이을 민정비서관에는 경북 영주 출신의 현직 부장검사가 거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장영섭 금융조세조사1부장이 최근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민정비서관 내정설이 제기된 것이다.

만약 장 부장검사가 민정비서관에 발탁될 경우 이명재 민정특보, 우병우 수석을 비롯해 3인이 경북 영주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하지만 장 부장검사는 CBS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임명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민정비서관까지도 검찰 내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현직 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자료사진)
검찰 관계자는 "통상 사정기능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의 경우 검사 파견이 많았지만 공직기강비서관은 경찰, 감사원 등 출신이 다양했다. 양대 비서관 모두 현직 검사가 맡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현직 검사의 공직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검찰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 이를 통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참여연대 등은 박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약은 정권 출범 직후 이중희 당시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민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깨졌다.

검찰 출신에 의존하는 정권의 인사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민정수석실은 검찰 출신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명재 민정특보,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이다. 김영한, 홍경식, 곽상도 전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다.

이는 검찰 조직의 독립성을 해칠 뿐더러 인사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겉으로는 파견 근무 제도가 없어졌지만 사표를 내고, 청와대 근무가 끝난 이후에 검찰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작용이 크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사들 사이에 청와대 파견 근무가 일종의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면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도 그만큼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들이 형식적으로는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에 복귀하는 편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정권의 유착이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