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까지 5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감독 김형주·제작 플레인 픽처스)이 던지는 물음이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티스트 송호준씨다. 그는 세계 최초로 DIY(직접 만들다라는 'Do it yourself'의 준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인물이다.
송씨는 공학도 출신으로 아마추어 스노보드 선수, DJ, VJ 등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국내 인공위성 개발업체인 세트렉 아이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인공위성에 관심을 갖게 됐단다.
"인공위성을 띄우는 걸 보여줌으로써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던 그는 인공위성 제작 과정을 과학이 아닌 예술적 관점에서 풀어냄으로써 언론뿐 아니라 과학계·예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망원동 인공위성은 서울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서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운 송씨의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프로젝트, 즉 인공위성 제작 공개 운동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송씨는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1억 원의 발사 비용을 모을 계획이었지만, 티셔츠는 도통 팔리지 않는다. 발사 일정도 거듭 연기되는데다,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까지 돌파해야 하는 탓에 세상은 점차 '무모한 도전'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 이유·가치 부여의 함정 지적…"자기 길 찾는 작은 계기 됐으면"
그러다가도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한탄과 "제발 작동하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복잡한 욕망과 그것을 부추기는 무언가에 떠밀려 뜬눈으로 보냈던 수많은 밤과 무수히 많은 스트레스, 그리고 날아가버린 시간들,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송씨는 마침내 자신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띄워 보낸다.
그의 이야기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식상한 말과는 다르다. 매 순간 주어지는 삶의 과제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하는, 거듭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더욱 깊은 위안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형주 감독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왜 내가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안달이 나 있을까?'였다"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고, 열심히 살 수 있으니까 사는 건데 거기에 이유나 가치를 붙이면 점점 함정에 빠지기 쉬워지는 것 같다"며 "제 영화가 어떤 길을 정해준다거나 어떤 방향을 정확하게 내려줄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자신의 길을 찾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