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당권 레이스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문재인ㆍ박지원ㆍ정세균 등 이른바 '빅3'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거셌다. 계파주의 해소를 명분으로 내건 당내 일각의 불출마 요구는 사실상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정세균 의원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돌을 던졌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새정치연합의 혁명과 승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과 추미애ㆍ박영선 의원 등이 도전을 포기하면서 당권 경쟁은 문재인-박지원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맞대결은 구도 자체가 화약고다. 각각 친노와 비노, 영남과 호남, 노무현과 김대중을 상징하며 야당의 오랜 갈등선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1월 7일 예비경선을 거쳐 10일 제주ㆍ경남을 시작으로 3주 동안 이어진 전국 시도당의 합동연설회 기간 두 후보 측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갈등은 주로 박 후보 측의 공격에서 비롯됐다. 문 후보가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회복하며 대세론을 이룬 터라 후발주자의 '도발'은 당연했다. 더욱이 당명 변경과 당권-대권 분리론, 호남 총리론 등 논란은 이어졌고 오히려 여론의 관심은 멀어졌다.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원샷경선을 하는 것도 지방순회 합동연설회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혜성'처럼 등장한 2002년 대선후보 경선 이후 10년 넘게 유지된 순회경선이 이번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연설은 언론은 물론, 유권자와 국민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연말연초에 정치 비수기를 무색케 하는 굵직한 현안이 잇따라 불거진 것도 흥행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과 연말정산 파동,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등이 이어지며 전당대회는 관심 밖이 됐다.
더군나 '제1야당의 교체'를 기치로 삼은 야권 신당의 가시화로 새정치연합의 처지는 더욱 군색해졌다.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의 탈당으로 야당이 전당대회를 치르는 도중에도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세대 교체를 내세우며 당권 도전에 나선 이인영 후보는 "흥행도 없고 감동도 없고 비전도 없는 '3無 전당대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30석을 가진 제1야당의 당대표 경선이 여당의 원내대표 경선보다 관심이 없다며 비아냥거리는 분도 있다"며 자조했다.
전당대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도 '양강'은 25%의 비율이 반영되는 여론조사의 유효투표 해석 방법을 두고 막판 갈등을 빚고 있다. 1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대회에 참석한 한 세월호 유가족은 "왜 같은 당끼리 헐뜯고 싸우냐. 싸움은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과 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3일부터 6일까지 3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ARS투표를, 5일과 6일 양일 동안 각각 15%와 10%인 일반국민과 일반당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45%가 반영되는 대의원들은 오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투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