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매시장 연매출 10조원...세금은 얼마?

동대문시장 수천억원 세금탈루 의혹에 국세청 '심드렁'

동대문 시장 일대 (플리커)


"지하경제 양성화,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어긋나"
납세의무 회피 눈감고, 담뱃값만 인상..조세저항 부를라

동대문 시장하면 국내 패션업의 메카로 불린다. 해외에도 유명한 글로벌 패션산업의 허브지만 도매업체와 거래는 철저히 현금으로만 이뤄진다.

세금탈루의 온상이라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동대문 도매시장의 업체들이 내야할 세금은 얼마나 될까? 또 국세청은 도매업체들의 탈세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동대문 도매업체 가운데 중상위권업체라는 A업체 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매출액을 추산해 보자.

이 업체의 성수기 하루 매출은 약 2~3천만원. 비성수기에는 7~800만원 정도라고 한다. 3개의 매장을 영업 중인 이 업체의 연 매출액은 178억 2천만원 정도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업체의 매출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세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인건비, 옷 제작비, 사무실 임대료 등 비용이 높으면 세율은 낮아진다.


다만, 그런 구체적인 정보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세금 규모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 ‘표준소득률’이다.

표준 소득률은 국세청이 어떤 사업장의 세금 규모를 계산할 근거가 없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비슷한 업종이나 같은 업종의 세금 규모와 비교해 그 사업장의 세율을 정하는 것이다.

의류업체의 경우, 마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표준소득률이 5.2% 정도로 낮은 편이다. 따라서 연매출 178억 2천만원인 A업체가 내야할 세금은 9억 2664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동대문 도매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곳의 마진율이 50% 정도 된다고들 한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부과 받을 세금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동대문 도매 시장의 연간 매출 규모를 10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도매 시장의 전체 세금은 최소 520억원대, 실제 마진율을 적용하면 많게는 수 천 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은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한 세무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정을 알려줘도 국세청은 심드렁했다. 탈세제보를 하고싶다고 하자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제보를 받기는 하지만 그 것도 정황만으로는 안 되고, 구체적인 증빙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홍익대 김유찬 교수는 “겉보기에는 영세해보여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업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과도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업체들이 많은 상황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놓고 실천은 못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은 다 강구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납세의무 회피에는 눈감고 담뱃값 인상 같은 손쉬운 간접증세만 고집한다면 심각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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