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함구' 나흘째, '묵묵부답 무반응'의 의미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당청관계의 변화와 증세 없는 복지정책의 조정 등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으나, 청와대는 4일째 계속 묵묵부답이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3일 국무회의, 4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 접견, 5일 중앙통합방위회의 주재 등 공식 일정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만한 언급을 한 대목도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4일 "증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우리가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뒤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공약 사안인 '증세없는 복지' 정책의 조정, 당 중심의 국정 운영, 대규모 인적쇄신 등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 누구도 즉답을 피하는 상황이다. 증세, 복지 논쟁의 초점이 법인세 인상과 선별적 복지문제로 압축되며 정치권을 갈수록 뜨겁게 달구는 상황에서도 청와대의 공식반응은 없다.

'묵묵부답의 무반응'이 바로 박 대통령의 반응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무반응에는 청와대가 아니라 '당중심의 국정운영'을 선언한 여당 지도부에 대한 당혹스러움, 불편함, 향후 대응방안 모색 등 복잡한 심정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 대통령의 생각을 살필 수 있는 언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2일 새누리당 원내 대표 경선에 앞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서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유 원내대표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도 "당정청 조율에 애써달라"라고 당부했고,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조율을 잘하겠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당정청 조율의 강화라는 점에서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증세 없는 복지 정책에 대서도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 쪽에 무게를 실고 있는 만큼, 당에서 입장 조율이 먼저 되어야 한다"거나 "증세 없는 복지는 경기침체로 증세 여력이 없는 반면 복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충격이 덜 가게하자는 취지로 나온 불가피한 정책 선택"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당의 입장이 앞으로 정리되면 당정청 조율을 통한 본격적인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개각과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 후속 인선이다.

당초 여당 지도부 선출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개각 등 박 대통령의 후속 인선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가 끝나는 10일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임 총리가 장관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개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개각의 범위는 박 대통령이 당초 언급한 "꼭 필요한 분야 등의 소폭 개각"보다는 좀 더 큰 규모의 중폭 개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석 중인 해양수산부 장관만이 아니라, 땅콩 회항 논란에 처한 국토부 장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 건보료 부과체계 혼선과 관련이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 등 5개 안팎의 부처 장관 교체 가능성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당면한 현안이 해결된 뒤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김기춘 비서실장도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시중의 일반 여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수용할 것은 수용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묵묵부답 무반응'의 의미는 앞으로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인적 쇄신을 하느냐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후임 비서실장에 어떤 성향의 인물을 선택해 어느 정도의 권한을 위임하는가, 또 향후 당정청 조율 과정에서 '당 중심성'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가는 박대통령의 만기친람령 리더십의 변화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의 마무리 수순에 맞춰 오는 12일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 투표 이후 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회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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