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즉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은 대선을 2달여 앞둔 2012년 10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간 NLL 논의의 진위는 대선에서 커다란 쟁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언론들은 이 발언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휘발성 있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치권은 곧바로 정쟁에 휘말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 의원을 회의록 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문재인 대선후보는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박근혜 정부 첫 해 들어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국정원에 보관된 발췌록을 열람한 뒤 NLL포기 취지의 발언이 맞다며 또다시 기름을 끼얹었다.
대통령 기록관 압수수색을 거치며 사건은 사초실종으로 옮겨갔다.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을 사초의 삭제로 결론내리고 기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록을 유출한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말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은 것과 달리 사초폐기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 따라서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번 사건의 실체는 대통령기록물을 정쟁에 악용한 사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권은희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판결은 존중한다"면서도 "재판부의 최종심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검찰의 기소 자체가 처음부터 억지이고 무리였음이 분명해졌고 정치검찰의 그릇된 행태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논평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하명수사, 눈치보기수사로 시작한 무리한 검찰기소"라고 지적하고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전직 대통령의 헌신을 날조하고 왜곡해 정략적으로 활용한 행태가 '사실'로 확인됐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억지주장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