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GV, '선택권' 앞세워 '영화값 6%' 편법 인상

[한국 영화 안녕한가요 ⑥] '가격 다양화' 시행 뒤 입장권 수입 역대 최고

한국 영화산업이 3년 연속 관객 1억 명을 넘어서며 최고의 호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는 지금 안녕할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관객들은 잔뜩 화가 나 있고 좌절한 영화제작자들도 울분을 삼키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가 화려함 속에 감춰진 한국 영화의 불편한 민낯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누구를 위한 영화관인가…빼앗긴 '볼 권리'
② 돌려쓰는 극장용 '3D 안경'…이대로 괜찮나?
③ "왜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를 끼워넣죠?"
④ "극장 팝콘값 뻥튀기 담합?"…울며 겨자 먹는 관객들
⑤ "영화 대기업 횡포? 짜증을 드러내야 바뀌죠!"
⑥ CGV, '선택권' 앞세워 '영화값 6%' 편법 인상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3대 멀티플렉스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입장권 수입만으로 1조 원을 훌쩍 넘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사가 지난해 초 '가격 다양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벌인 입장권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독과점 지위를 남용해 매출 극대화 '꼼수'를 부린 결과다.

이로써 "광고·매점 등의 매출은 입장권 값이 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멀티플렉스 측의 논리도 명분을 잃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입장권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1조 6641억 1865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멀티플렉스의 매출은 1조 6230억 6022만 7000원으로 97.5%를 점유했다.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가 전체(2281개)의 92%인 2098개로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멀티플렉스의 입장권 매출은 곧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영화 관객수는 전년보다 0.8% 증가한 2억 1506만 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기에 입장권 매출의 증가는 입장권 가격 상승에서 결정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3대 멀티플렉스 가운데서도 CGV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스크린 수만 봐도 CGV 948개, 롯데시네마 698개, 메가박스 452개로 CGV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CGV의 '2014년 4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CGV를 찾은 관객은 1억 450만여 명으로 전체(2억 1506만 명)의 49%를 차지했다. 관람객의 절반이 CGV를 통해 영화를 본 셈이다.

CGV의 지난해 입장권 매출은 전년(5110억 3100만 원)보다 13.8%나 늘어난 5815억 6000만 원에 달했다. CGV 측은 "지난해 2월 24일 시행한 가격 다양화 조치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 전년보다 관객수 0.8%25 늘었는데 티켓 매출 7.3%25나 올라 "가격 올린 결과"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실제로 지난해 가격 다양화 조치 이후 CGV의 평균 입장권 가격(ATP)은 7608원으로 전년 대비 400원(약 6%) 정도 올랐다. CGV의 연도별 ATP는 2010년 7610원, 2011년 7506원, 2012년 7384원, 2013년 7199원으로 2010년 이후 하락세를 그려 왔다.

CGV는 주말과 주중, 시간대·극장별로 입장권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가격 다양화 조치를 시행할 당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객 수가 월등히 많은 2D 영화 값은 1000원 올리고 3D 영화는 1000원 낮춘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었다. 당시 CGV의 움직임을 좇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영화관 입장권 가격 상승은 현실화됐다.

결국 ATP 상승과 그에 따른 입장권 매출 증가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멀티플렉스의 가격 다양화 조치는 사실상 입장료를 올리기 위한 명백한 꼼수로 드러난 셈이다.

CJ CGV의 '2014년 4분기 실적발표' 보고서 가운데 한 쪽. 맨 아래 '(지난해) 2월 24일 가격 다양화 시행에 따른 ATP(평균 입장권 가격)의 약 6%(2013년 7199원→2014년 7608원) 상승'이란 문구가 보인다.
멀티플렉스 측은 그동안 "팝콘·음료 등을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산 매점 매출과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를 10여 분 동안 틀어 벌어들이는 수익이 입장권 가격 상승을 막는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입장권 가격 상승은 관객의 뜻과 달리 기어이 이뤄졌고, 그에 따른 매점·광고 매출도 큰 폭으로 늘어 멀티플렉스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CGV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성장한 8645억 200만 원에 달했다. 부문별로는 입장권 매출이 전년 대비 13.8% 늘어난 5815억 6000만 원, 매점이 7.4% 오른 1469억 1900만 원, 광고가 3.3% 상승한 807억 7200만 원을 찍었다.

기타 매출의 경우 17.6% 오른 552억 5000만 원인데 "자체 투자·배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배급 매출 덕이 크다"는 것이 CGV 측의 설명이다.

CGV의 자회사·해외지사 등의 것까지 모두 더한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13.5% 늘어난 1조 392억 9600만 원에 달했다.

◇ "꼼수 이제 그만…관객 위한 진정성 있는 티켓값 차등화를"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멀티플렉스의 논리에 따르면 매점이나 광고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으니, 입장권 가격은 오르지 않거나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관객들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객의 편의를 위하는 차원에서 입장권 가격의 차등화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청년유니온이 공동으로 다음 아고라에 문을 연 '영화관에 불만 있는 시민·네티즌 다 모여라' 토론방에는 '영화별, 극장별 자율(차등) 요금제로'라는 제목의 참여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에는 60개 넘는 댓글이 달려 큰 관심을 얻고 있다.

'1년에 300편 정도 영화를 본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공산품은 들어가는 원재료비가 다르고 시장수요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영화 표값은 고정"이라며 "모든 극장·상영관이 다 같은 조건도 아니다. 어느 극장은 쾌적한 반면 같은 극장임에도 일부 상영관은 협소하고 퀴퀴한 냄새도 나는데 거기도 같은 값"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배급사가 원하면 5000원도 받을 수 있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작지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면 좋을 텐데"라며 "각 극장 홈페이지에 가면 요금 시스템은 잘 돼 있으니 다양한 요금으로 영화·극장을 선택해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로 영화를 보기에 불편한 맨 앞 좌석까지 동일한 값을 받는 것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별로 극장 임대료, 시설 투자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데도 입장권 가격이 동일한 점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민변, 청년유니온은 이처럼 멀티플렉스 3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가격 결정을 해 온 위법 행위를 널리 알릴 방침이다. 9일(월) 오후 2시 서울 종로에 있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에서 멀티플렉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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