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국 투자상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사무라이 자금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국내 주식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중 현대증권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오릭스는 일각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증권업 진출이 인수 목적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구조조정 매물에 투자하는 것은 사모펀드 투자의 일환으로 평소업무와 같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오릭스가 국내 증권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많다.
오릭스가 시장의 예상가격인 7000억원 대를 훌쩍 넘은 1조원 가량을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해 이익을 내려면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투자가의 한국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 급증도 오릭스가 국내 증권시장을 노리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계 자금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규모는 총 3조80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국내 투자가 늘고 있는 중국보다도 1.5배 많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10개월 동안 손바뀜이 없이 매수만 일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의 공적 자금들의 국내 주식 투자가 수요가 늘어 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M&A 인수금융 시장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보다 싼 이자로 기업 대출을 할 수 있는 시장 여건으로 인해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제로금리에 가까워 한국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하다"며 "보유 자산이 약 100조원인 오릭스가 싼 이자로 기업 대출에 나서면 국내 증권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내 인수 금융 시장 규모는 약 5조3000억원을 형성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오릭스가 저금리 엔화를 앞세워 국내 자본시장의 인수금융부터 주식거래까지 빠르게 잠식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