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전당대회는 3.52%에 갈린 승부였다. 그만큼 승자인 문재인 후보는 가슴을 쓸어내린 선거였고 박지원 후보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선거였다.
결과가 발표된 직후 문재인 후보는 일성으로 당의 화합을 얘기했고 박지원 후보는 두말없이 승복했다.
다만, 박지원 후보는 대표가 된 문재인 후보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우리당의 계파정치가 청산돼야 한다는 것을 절반이 넘는 우리 당원 국민들이 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문재인 대표가 그러한 공약대로 또 국민과 당원이 요구하는대로 잘 하시리라 본다"는 말이다. 문 대표에 반대한 절반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그만큼 승부는 박빙이었다. 승부의 판가름은 결국 여론조사에서 났다. 8일 대표경선에서
총 득표율에 가장 높은 45%가 반영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45.05%로 42.66%를 기록한 박지원 의원을 2.5%p정도로 앞섰다.
하지만 권리당원ARS투표(30% 반영)와 당원여론조사에서는 박지원 후보가 문 후보를 눌렀다. 팽팽한 시소게임에서 문재인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민여론조사 였다.
국민여론조사는 15% 반영되는데 문재인 신임 대표가 여기서 58.0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29.45%에 머문 박지원 후보를 두배 차이로 벌린 것이다.
박지원 후보가 대표경선 결과를 겸허히 승복은 했지만 전당대회 선거전이 한창이던 2월초 이 국민여론조사를 득표수에 반영하는 방법(전대룰)을 둘러싼 후보간 논란이 있었고 지도부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일 전당대회 여론조사 결과 합산과 관련해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제외하고 나머지 득표를 100%로 계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도부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자 박지원 후보는 후보직 사퇴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박지원 후보측이 왜 그렇게 강하게 반발했을까?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할때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 가운데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막상 표계산 때는 전체 여론조사 모집단 숫자에서 빠지면 국민적 지지가 높은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알려진 것 처럼 문재인 후보는 박지원 후보에 비해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가령 100명이 여론조사에 응해 40명이 문재인 후보, 20명이 이인영 후보, 30명이 박지원 후보를 찍고 10명이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했다면 박 후보측 주장으로는 득표율은 40%, 20%, 30%가 되지만 문 후보측 계산으로는 44.4%, 22.2%, 33.3%가 돼 1위와 2위의 격차가 1.1% 더 벌어진다.
실제 경선 결과를 가지고 '지지후보 없음'을 반영해 득표수를 계산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 추정했던대로 1,2위간 득표차는 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도부도 후보측도 이 부분의 문제점을 인지했던 사람은 없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규정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지만 문재인 신임 대표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두고두고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박지원 후보가 아름다운 승복으로 이 부분을 문제삼지 않았지만 그가 조건으로 달았듯이 절반의 '당원과 국민'은 계파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은 친노의 일방주의에 대한 경고메시지로 읽힌다.
이 말은 친노일방주의가 재현될 경우 당이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