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돈 때문에… 불법위탁 장사도 마다않는 상아탑
② '암약(暗約)' 뒤에 숨은… 대학의 '갑질'
③ 뒤늦게 내놓은 정부 대책… 실효성 있을까
경기도 K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이 교육원은 3월 개강을 앞두고 돌연 한 학부를 폐지시켰다. 학점은행제로 운영돼온 이 학부는 학습자가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학부 폐지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강의를 맡아온 교수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강의를 맡아온 한 교수는 "이 학부의 경우 수강생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은 학부였다"며 "학교뿐 아니라 재학생들에게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왜 이같은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해 수익을 내야할 대학이 애써 인증을 받은 학부를 왜 없앤 것일까. 그 내막은 이랬다.
◇ 학점은행제 외부 위탁, "불법인 줄 알면서도…"
교육원장과 업체 대표간 체결된 '과정 운영 협약'이란 제목으로 된 이 협약서에 따르면 대학은 학점은행제 학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강생 모집부터 학부 운영 관리 전반을 외부 위탁업체에 떠넘겼다.
대학은 단지 수강료를 수납해 준다는 이유로 수익의 20%를 챙겼다.
하지만 지난해 말 양측은 수익 배분율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계약기간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대학측은 위탁업체측에 수익률 배분을 50%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한 것.
대학측은 위탁업체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6년 동안이나 운영해 온 학부 자체를 폐지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측 관계자는 "학점은행제 학부를 외부 기관에 위탁운영한 것이 불법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 학부에 대한 계약해지는 불법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50%의 수익 배분율로 계약한 다른 위탁 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대학과 협약을 유지하고 있어 대학 측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처럼 대학들이 수업의 질 보다는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가 평생교육원 운영의 목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학계의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관계자는 "수강생 모집의 경우 대학 내부 직원들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직접 직원을 고용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 아웃소싱을 줘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위탁운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교육 당국은 문제가 생겼을 때만 들여다볼 뿐이다. 평생교육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나고 있지만 사실상 교육기관 자율에 맡겨지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기 평생교육을 권장하다 보니 무분별하게 확대돼 오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하지만 현행 법령상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처분 조항이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