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자 그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덕분에 하준임, 노금란, 김선영, 김미연, 하혜진 등은 모처럼 코트를 밟았다.
그런데 딱 한 명의 선수는 교체 없이 끝까지 코트에 세웠다.
바로 세터 이효희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일찌감치 이효희에게 "넌 안 바꾼다. 다른 선수들을 잘 활용해"라고 잘라말했다.
서남원 감독은 경기 후 "후보들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도 좋았다. 뒤에서 대기하는 선수들에게 이럴 때 기회를 주고 준비를 더 잘하라는 의미"라면서 "이효희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세터를 바꾸면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템포가 깨질 경우 다시 원위치를 시키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효희는 군말 없이 후보 선수들의 기까지 살려줬다. V-리그 데뷔 첫 득점을 올린 하혜진부터 하준임, 노금란, 김선영 등에게 고루 토스를 올렸다.
이효희는 경기 후 "감독님이 미리 '안 바꿔준다'고 말했다"면서 "뒤에 있는 선수들은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번 들어왔을 때 기회를 주고 싶어서 공격을 시켰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효희의 활약을 앞세워 인삼공사를 3-0(25-16 25-15 25-21)으로 완파했다. 17승7패 승점 49점으로 2위 현대건설(15승7패 승점 43점)과 격차를 6점으로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