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함께 청와대를 다녀온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회동에서)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씀을 직접 하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는 걸 소개해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말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 자체를 입에 담은 적 없다는 의미라면,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나 당선 이후에나 표현만 달랐을 뿐, 사실상 같은 말을 수없이 해왔기 때문에 말바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증세없는 복지'로 정평이 나 있는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공약은 재원을 증세 대신,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및 비과세감면 폐지 등으로 조달한다는 개념이다.
대선 승리 뒤인 2013년 1월 28일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고용복지분과 회의에서 기초연금 도입론을 개진하면서도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이미 약속드린 대로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감면 조정 그리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해 그 안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해 8월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게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탈세를 뿌리 뽑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이고, 낭비되는 각종 누수액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최근까지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증세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이 논리를 반복해왔다.
발언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자 김 대표·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원 의장도 뒤늦게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잘못 말했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원 의장이 청와대 회동 직후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을 대한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이나,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 의장이 '그렇다'고 재차 확인한 점에서 '전달 오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증세없는 복지' 아니었느냐"면서 "대통령의 영혼 없는 말에 국민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연이은 말씀을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자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비과세감면 축소니 지하경제 양성화니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