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5)가 완벽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홈 이점을 업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 금메달을 내준 것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소트니코바는 제 기량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국제대회 출전을 피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다른 화제는 한때 김연아와 어깨를 견줬던 아사다 마오(25 · 일본)의 눈물이었다. 아사다는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최악의 연기로 16위에 머물렀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 등 혼신의 연기를 펼친 뒤 서럽게 울며 한을 풀어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의 동료였던 스즈키 아키코가 1년 전 그때를 회상했다. 스즈키는 소치올림픽 피겨 1주년을 맞아 20일 진행한 일본 '스포츠네비'와 인터뷰에서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자신이 아닌 아사다의 연기를 꼽았다.
이후 감격을 함께 나눈 순간도 털어놨다. 스즈키는 "나까지 모두 연기를 마친 뒤 아사다와 무라카미 카나코까지 3명이 선수 라운지에서 만났다"면서 "서로 얼굴을 본 순간 아무 말도 없이 3명이 얼싸안으며 통곡해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동안의 과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단체전부터 함께 합숙하면서 가장 가까이 (아사다의) 상태를 쭉 봐왔고 이전부터도 함께 연습해 왔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나니 간신히 해방됐다, 모두 완수했다는 기분에 아무 말도 없었지만 모두 엉엉 울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3명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년 가까이 자국 최고 스타로 부담감을 이겨온 아사다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스즈키는 "아사다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기대에 대한) 나는 느끼지 못했던 상당한 압력과 괴로움을 겪어왔다"면서 "그럼에도 최악의 쇼트프로그램을 극복한 것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나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아사다가 있었기에 피겨 인기가 여기까지 왔고, 그만큼 괴로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아 역시 눈물을 쏟았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 대기실에서 조용히 눈물을 찍어냈다. 판정의 억울함이 아니라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을 이겨낸 자신의 대견함과 뿌듯함의 눈물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올림픽.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가슴을 아리게 하게 있다. 이제는 좀 가라앉을 만도 한데 또 다시 감정의 앙금이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소치는 그런 올림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