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빅데이터는 심리정치의 가장 효율적 도구"

[신간] 한병철 교수 '심리정치' 출간

'피로사회'와 '투명사회'의 저자인 한병철(베를린 예술대) 교수가 신작 '심리정치'(김태환 옮김)를 출간했다.

한 교수는 전작 '피로사회'에서 '해야 한다'를 넘어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돼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했다. '투명사회'에서는 긍정적 가치로 여겨진 '투명성'이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통제사회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이번 책은 그 논의들의 연장선상에서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물음에 깊이 파고든다.


'할 수 있다'를 넘어 '하고 싶다'라는 욕망을 창출하고 이용함으로써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술. 한 교수는 이를 '심리정치'라고 부른다.

디지털 심리정치의 시대다. 한 교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자유를 느끼지만 이 같은 자유는 자본이 제공한 착취 가능한 자유"라고 말한다. "더 많은 돈은 더 많은 자유를 약속한다. 우리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함으로써 다시 자본에 봉사한다. 자유를 위해 자유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빅데이터야말로 '심리정치의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경고한다. "빅데이터로 모은 정보가 개인의 무의식 속에 파고들어 정신을 완전히 불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는 인간 행동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해 결과적으로 인간의 종언, 자유 의지의 종언을 선포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 교수는 미국 빅데이터 기업 '액시엄'의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가 불러올 새로운 디지털 계급사회에 대해 경고한다. '액시엄'은 인간에 점수를 매겨 '슈팅스타'에서 '웨이스트'(쓰레기)까지 구분한다. 이때 경제적 가치가 낮은 '쓰레기' 계급은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배제당한다. 즉 '바놉티콘'(banopticon : 원형감옥)이 수립되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지배 관계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권력의 기술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것은 가로막고 억누르는 대신 사람들을 더 활발하게 하고 더 자극하고, 가능한 한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자 한다. 그러한 권력 기술의 효율성은 금지와 박탈이 아니라 호감과 충족을 통해 작동하는 데서 나온다. 신자유주의적 권력 기술의 목표는 인간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 권력' 29쪽)

심리정치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 지성사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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