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시기에 대사 피습까지… 한미관계 대형 악재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테러를 당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이송된 서울 강북삼성병원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주한미국대사가 정부 주요 시설이 모여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공식 행사 도중 피습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해 한미관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고위 외교관이 동맹국이나 치안이 안정된 국가에서 테러를 당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이례적인 사건이다.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발생한 미국 총영사관 습격 사건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가 숨진 사건은 있었다.

1998년 8월에는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외교관 7명 등 67명이 숨지고 케냐 주재 미국 대사 등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사례는 내전 중인 국가이거나 이슬람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이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사건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한미간의 미묘한 기류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 중시 외교로 돌아섰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달 초에는 정부가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북한에 제안하자 미국이 대북제재 강화에 나서며 어깃장을 내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중국 간 알력 싸움에 끼어 우리나라는 사실상 양자택일의 요구를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후 미국은 토니 블린켄 국무부 부장관이나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등의 잇단 방한을 통해 우리 측과의 조율에 나섰지만 양국 관계는 여전히 껄끄러운 현안을 안고 있다.

한미 양측은 최근 "대북정책과 관련해 양국 간에는 빛 샐 틈도 없다(no daylight)"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 외의 분야에선 이견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셔먼 국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관련 발언이 양국 관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 "민족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는 등의 거친 언사로 사실상 일본을 편들었다.

일각에선 셔먼 차관이 미 국무부 '넘버3'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기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건은 비록 돌발적 성격이 강하다고는 하나 이런 와중에 벌어진 사건이라 중대성이 더해진다.

사실상 미증유의 사건이란 점에서 향후 파장을 예측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일단 미국 조야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인데, 자국민에 대한 보호에 철저한 미국의 특성상 어찌됐든 한국에 대한 여론 악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아직 밤 시간대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뚜렷한 언론의 움직임은 없지만 우리와 시간대가 같은 일본 언론들은 벌써 이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이날 오전 10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차관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철저한 진상 파악과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위한 대책과 함께 주한외교시설에 대한 경계강화 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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