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민간 검찰 역시 정 전 총장의 방산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바 있어 지난 정부 당시 정 전 총장 수사와 관련해 조직적인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軍 검찰, 뇌물 창구 정옥근 아들 자금흐름 수사
해군관계자 A 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9년 정 전 총장이 STX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내가 직접 국방부 검찰단에 첩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정 전 총장의 아들 역시 해군 중위 출신으로 전역 뒤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씀씀이가 남달라 동기들 사이에서 여러 의혹이 무성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해군 관계자도 "위관급 장교로 전역한 정 전 총장의 아들이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며 "군인 아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억대를 호가하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겠냐"고 말했다.
A 씨는 "동기들로부터 정 전 총장의 아들의 현직 등과 관련해 광범위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 과정에서 STX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나와 국방부 검찰단에 첩보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방산비리 합동수사단 수사결과 STX는 지난 2008년 10월 개최된 국제관함식의 연계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정 전 총장 아들이 설립한 요트회사에 7억 7천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정 전 총장은 아들을 뇌물 창구로 사용한 것.
A 씨는 "군 검찰에서 첩보를 바탕으로 정 전 총장 계좌는 물론 차명계좌까지 광범위하게 확보해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당시 차명계좌 분석 작업에 내가 직접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 중단, 외압 의혹
A 씨는 "수사가 중단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 "군 검찰에서 현직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꼈거나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A 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군 검찰 관계자 역시 관련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지난 2009년에 정 전 총장이 STX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을 수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합수단에서 수사하고 있는 내용은 이미 당시에 다 수사가 된 내용"이라며 "당시 사건 수사를 주도한 군 법무관이 현재 합수단에 파견 나가 있는 상태로 지금도 정 전 총장 사건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언을 종합해 보면 국방부 검찰단은 정 전 총장이 현직에 있던 지난 2009년 관련 방산비리 사건을 구체적으로 수사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건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
◇ 합수단, 방산비리 수사 외압 의혹도 밝혀야
이후 1년여가 지난 뒤인 지난 2011년 2월 대검 중앙수사부는 정 전 총장의 공금횡령과 방산비리 혐의를 잡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물급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수사를 전담하는 대검 중수부는 장관급인 해군참모총장 관련 수사를 대전지검으로 이첩해 버린다.
결국 대전지검은 정 전 총장의 해군복지기금 횡령 혐의만 밝혀낸 채 정 전 총장을 불구속기소했고 방산비리 관련 혐의는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군 검찰과 민간 검찰까지 총 동원돼 정 전 총장의 방산비리를 수사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건 수사가 중단된 것이 결국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방산비리 척결을 목적으로 구성된 합수단이 단순히 과거 있었던 비리 사실을 밝혀내는 데만 머물지 말고 이같은 외압 의혹 역시 제대로 밝혀야 조직 구성의 목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