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은 10일 "급식 혼란을 막지 못한데 대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홍 지사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를 재차 요청했다.
경상남도가 지원을 중단한 무상급식 예산으로 실시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교육적 가치를 무시한 졸속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 '사업 중복, 혈세 낭비'..."배려도 없고 교육도 없는 사업"
박 교육감은 1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은 있으나 배려는 없고, 복지는 있으나 교육은 없다"고 비판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먼저 교육청 복지 사업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경남교육청은 방과후자유수강권 지원과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시설교육환경개선 등 모두 24개 교육청 사업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이들 사업에 643억 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24개 사업에 모두 3천23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올해 교육복지에 4천882억 원을 투입한다"며 "유사중복 사업 집행으로 수혜자 중복, 도민 혈세 낭비 우려는 물론 학부모와 학교의 혼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의 학생의 가정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 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서민자녀 학생들만 모아서 추진하는 특강이나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낙인효과로 이어지고, 교사의 참여, 지도 없이는 실질적인 학습 향상 등 사업에 대한 효과 도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 교육감은 "PC가 없는 아이, 인증서가 없는 부모님, 밥을 굶는 아이, 자존감이 낮고 의욕이 상실된 아이, 꿈조차도 꾸지 않는 아이들에게 나홀로 수강권 50만 원 지원이 우선이 아니다"며 "경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는 학교에서 멘토요, 복지사인 '교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교사의 지속적인 관리와 정서적 지원 등 교육적 가치와 전문성이 결여된 단순 복지 예산"이라며 "최저생계비 130% 이상에서 250% 사이의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급식비 60만 원을 내면 50만 원의 수강권 쿠폰을 무상 제공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말했다.
◇ "4월 급식대란 오기 전에 대화로 타협점 찾자"
박 교육감은 "경남도와 시군 급식 예산 643억 원이 이제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석고대죄가 이럴 때 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학부모들께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교육청과 학교를 배제한 채 교육지원을 따로 하겠다는 것은, 그것도 무상급식 예산으로 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이 선출한 교육감이라는 직책에 대해 도민 의사를 무시한 독단적인 행위"라며 "무상급식비를 지원하지 않기 위해 땜질식으로 진행된다는 우려를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무상급식에 대한 절충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제가 가지고 있는 안 중에는 순서는 맨 마지막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선별적 복지라는 부분을 일정 수용할 생각도 있다"며 "무상급식이라는 큰 틀을 훼손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정말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여기까지 안갔음 하는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지사에게 다시 한번 대화를 제안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해 도의회에서 홍 지사에게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을 당했고,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박 교육감은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고통을 도민께 드리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며 "4월 급식 대란이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 최종적인 타협점을 찾자. 그 때가서 타협점을 찾든지, 돌아서든지 하자"고 말했다.
◇ 경상남도 "교육청 사업과 중복되지 않는다"
박 교육감의 기자회견 직후 경상남도는 반박자료를 냈다.
도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4개월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준비된 사업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에서 시행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학부모가 읍면동을 방문해서 신청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가 노출되지 않는다"며 낙인효과도 부인했다.
또한 교육청의 기존지원 사업과 중앙부처 및 시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 사업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통해 중복을 방지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