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리과정 예산, 땜질 처방 아닌 근본대책 마련해야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주례회동에서 (좌측부터)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보육대란' 우려를 낳았던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누리과정 예산 조달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서울과 인천·강원·전북·제주 등 5개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이 이달에 전부 소진될 예정이고 광주시 교육청은 이미 2월에 예산이 소진돼 누리과정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눈앞에 보육대란이 닥치자 여야는 10일 국회에서 4월 중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정부는 누리과정 지원 국고예산 5064억 원 집행을 4월에 하기로 합의했다.

'목적 예비비'로 편성해둔 국고지원예산 5064억원을 4월중에 집행해 당장 발등의 불을 끄고 나머지 부족분 1조 2593억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충당하라는 것이다.

유아 한 명당 국가가 지급하는 돈은 매월 22만원으로,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전체 예산은 3조 9천억원이다.

정부가 일부 예비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발등의 불은 껐다지만 부족한 예산이 1조 8천억원에 육박하면서 또다시 보육대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된다. 언제까지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번 보육대란 문제가 생기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사업을 예산의 추가 지원없이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국가 무상보육'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는 엄마들이 안심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만 5살 이하 아이에 대한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직후인 2013년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도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 지원이 아니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그나마 해마다 교부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약속하며 억지로 떠넘겼던 것인데 세수 부족을 이유로 교부금 지원을 늘리지 않은 채 누리과정 예산만 떠넘긴 것이다.

시도 교육청들이 중앙정부의 공약사업인데도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교육 재정에 부담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중앙정부 예산의 예비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재정이 열악한 일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무상보육 포기선언을 하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지방채를 발행해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지방재정 여건상 더 이상 지방채를 발행할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어찌어찌해서 겨우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한다해도 내년에 또다시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아이의 보육은 국가가 책임질테니 마음놓고 출산하고 직장을 다니게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보육예산을 대라는 것은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후세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무상보육 정책의 취지와 중요성을 감안하다면 누리과정 지원 예산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차원에서 솔직하게 누리예산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예산을 일선 교육청에 떠넘기고 빚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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