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를 상대로 그동안 쭉 살려왔던 플레이가 조금은 부족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속공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프로농구 창원 LG는 리그에서 속공을 가장 잘 하는 팀이다.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54경기에서 평균 4.93개의 속공을 성공시켜 1위에 올랐다.
◇2014-2015시즌 정규리그 속공 순위
1. 창원 LG - 4.93개
2. 울산 모비스 - 4.22개
3. 서울 SK - 4.06개
LG는 지난 시즌에서도 속공 부문에서 리그를 압도했다(평균 4.17개, 1위). 이는 정규리그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
LG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팀이다.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이 살아나고 김종규의 부상 복귀가 더해지면서 차이가 생겼다. LG는 올해 들어 고양 오리온스와 맞붙은 정규리그 3경기에서 2승1패를 거뒀다.
속공이 차이를 만들었다. LG는 시즌 4차전 속공 대결에서 오리온스를 6대1(93-84 승)로 압도했다. 5차전에서는 무려 13대1(90-79 승)로 크게 앞섰다.
반면, LG가 23점 차(81-104)로 패한 6차전에서는 오히려 오리온스의 속공(4대3)이 더 많았다.
이제 창원 2차전까지 끝난 6강 플레이오프를 살펴보자.
LG는 1차전에서 82-62 대승을 거뒀다. 다만 속공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LG는 득점 대부분을 5대5 공격, 세트오펜스에서 만들어냈다. 속공 수에서 4대3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2차전에서는 오히려 오리온스에 3대6으로 뒤졌다. LG는 72-76으로 졌다.
김진 LG 감독이 2차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속공을 언급한 이유다. 그는 "오리온스를 상대로 그동안 쭉 살려왔던 플레이가 조금은 부족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속공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의 속공이 사라진 이유는 오리온스의 포워드 라인에 맞서 매치업을 맞췄기 때문이다. 김동욱, 허일영, 이승현 등 포워드 3명이 동시에 출전하는 오리온스를 상대로 LG 역시 김영환, 이지운 등을 가동하는 '빅 라인업(big lineup)'으로 맞섰다.
자연스럽게 올 시즌 슈팅가드 포지션을 소화했던 포인트가드 유병훈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정규리그를 되돌아보면 LG의 속공은 김시래와 유병훈이 함께 뛸 때 빛을 발했다. 둘의 속공 전개 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제퍼슨과 김종규는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난 빅맨들이다.
기록이 보여준다. 유병훈은 시즌 4번째 맞대결에서 20점을 올렸고 5차전에서는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인 9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LG는 2경기 속공 수에서 오리온스를 19대2로 압도했다.
상대의 매치업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느냐 혹은 미스매치를 감수하더라도 팀 본연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1,2차전을 돌아보면 전자도 나쁘지 않았다. LG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아직 남아있다. 오리온스는 정규리그를 통해 LG의 장점을 몸소 실감했다. '카운터 어택'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김진 감독은 12일 오후 7시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을 앞두고 생각을 매듭지어야 한다. 추일승 감독은 어떤 대비책을 내놓을까. 시리즈는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