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2시간'…퇴직 후를 위한 골든 타임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17] '퇴근 후 2시간'과 '은퇴증후군'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CBS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3월 12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 소개할 검색어 트렌드는 뭔가요?

=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하는 데요. 퇴직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검색어 트렌드는 ‘퇴근 후 2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서점가에서는 ‘현직에서 퇴직 후를 준비하는 퇴근 후 2시간’이라는 책도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퇴근 후 2시간은 퇴직 후를 위한 골든타임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정말 퇴직 후에 대한 준비가 잘 돼있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회사와 자기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철주야 일하며 회사에 충실한 ‘회사 인간’일수록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건데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하는 생각에 젖어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와야 한다는 현실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준비도 부족한 거죠.

▶ 그렇다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범하는 잘못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일단 회사를 나온 뒤에 할 일을 찾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우선 직장을 떠나는 순간, ‘회사’에서 늘 접하던 정보가 단절됩니다. 또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즉 네트워크에서도 멀어지게 되죠.

심리적 문제도 중요한데요. 백수가 되는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초조해져 새 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퇴직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현직에 있을 때 시작하라는 겁니다.

자료사진
▶ 그렇다면 역으로 아직 퇴직할 준비가 안 된 분들은 회사에서 오래 버텨야겠네요.

= 맞습니다. ‘퇴근 후 2시간’ 이 책에서는 “회사에서 잘 버티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 오래 하고 회사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후배들은 뒤쫓아 오고 나는 점점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떠나야할 때가 언제인지 아는 선배의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를 나간 뒤에 갈 곳이 없어 헤매는 자신의 모습은 더욱 비참하고 초라하거든요.

드라마 명대사로 많이 회자도 됐지만 회사가 전쟁터라면 지금 밖은 지옥이거든요. 어쨌든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최고의 재테크입니다.

▶ 그러고 보니 어설프게 회사 나와 음식점 차렸다 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음식점 간판이 수시로 바뀌는 모습 많이 보셨을 겁니다. 퇴직자들이 주로 진출하는 음식점의 경우 3년 이내 폐업률이 50%가 넘거든요.

이렇게 어설픈 창업으로 투자금을 날리면 노년기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창업하지 마라’가 창업에 관한 제1원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창업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요. 창업 전 최소한 1년 이상은 현장 경험을 쌓으라는 겁니다.

칼국수 식당을 하고 싶으면 먼저 종업원으로 취업을 해 서빙을 하던 주방 설거지를 하던 1년 이상 일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고객에 대해 분석하고 가게 운영의 노하우도 배워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 그런데 직장 다니면서 다른 일을 준비하면 주변에서 눈총을 받을 수도 있겠는데요.


=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직에서 퇴직을 준비한다는 것이 곧 ‘직장 일을 소흘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거든요. 당연히 회사업무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겁니다,

다만 퇴근 후 2시간을 투자하거나 주말이나 휴일에 시간에 쪼개서 퇴직 준비를 하는 거죠.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퇴직 이후의 나의 삶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회사는 나를 평생 책임져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죠.

▶ 이제 ‘퇴근 후 2시간’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떻게 활용해야 합니까?

= 그건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야간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거나 음식점에 관심이 있는 분은 요리학원에 나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퇴근 후에 뭘 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회사 밖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충분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많이 돌아다니고 사람도 만나고 정보도 얻으면서 “아 세상에 저런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있네” 아니면 “내가 저런 일을 한번 해본다면 어떨까” 뭐 이런 생각의 시간을 갖는 거죠.

▶ 재취업이나 창업할 때 자신의 적성과 재능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죠.

= 물론입니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재발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또 “인생 후반전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하고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죠.

어쨌든 평일 퇴근 후 2시간과 주말 10시간을 합치면 일주일에 20시간을 자신에게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10년이면 1만 시간이 되는데요.

이런 자세로 노력한다면 퇴직 후에도 멋진 명함을 마련할 수 있겠죠.

▶ 그런데 인생 이모작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한 분들은 아무래도 심리적 동요가 클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퇴직하면 보통 하루에 전화 3통이 걸려오면 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아내에게서 한 통, 그리고 대출해주겠다는 전화와 휴대전화를 바꿔주겠다는 전화 이렇게 3통이 걸려오면 끝이라는 겁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비유한 말인데요.

가족들도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아 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소외와 자격지심, 분노 등 퇴직자들이 느끼는 심리를 통틀어 ‘은퇴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심한 사람은 정신과를 찾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은퇴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 자신이 가지거나 누렸던 모든 것들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직장이나 공직생활 등을 하면서 자신이 누렸던 권위와 힘 그리고 정보들은 사실 내가 잠시 빌려 대행하던 것들이거든요. 그러니까 퇴직 후에는 겸허하게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특히 남과 비교하지 말아야 하고 쓸데없이 자존심을 앞세우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