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서두른다, 불안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아!' 전자랜드 정효근과 레더가 11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몸을 부딪히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SK 김선형(왼쪽)과 심스(오른쪽)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자료사진=KBL)
SK가 서두른다. 불안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정규리그 3위를 해놓고도 일찍 봄 농구를 접을 위기에 놓였다.


SK는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홈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75-76,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9일 1차전 72-87 대패 이상의 충격을 안으며 5전3승제 시리즈에서 벼랑에 내몰렸다.

특히 2차전은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종료 40초 전 김선형(12점 8도움)의 3점포로 75-72, 3점 차 리드. 더군다나 이어진 상대 공격은 실패했고, 아군의 공격권이었다. 이쯤 되면 승리는 떼논 당상.

하지만 졌다. 상대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김선형이 모두 놓쳤고, 75-74로 쫓긴 종료 15초 전 얻은 자유투 2개도 박승리가 놓쳐 버렸다. 1점이 중요한 순간에 자유투가 죄다 실패로 돌아갔다.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불안하다는 뜻이었다. 선수들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만큼 SK는 어수선했다. 결국 상대 리카르도 포웰의 환상적인 스핀 무브 레이업에 역전골을 헌납하며 고개를 떨궜다.

다급한 김선형이 6.5초를 남기고 특유의 질풍 같은 드리블을 치고 나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 겹수비에 막혀 주춤한 순간 득달같이 따라온 정병국이 공을 쳐내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1차전 서둘러서 졌다" 2차전도 마찬가지

2차전을 앞두고 문경은 SK 감독은 9일 1차전을 복기하면서 "너무 서둘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격해갈 고비마다 실수가 나와 경기를 내줬다는 것이다. 실책 수는 9-8로 비슷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적잖았다.

문 감독은 "2점 차 뒤진 상황에서 동점을 이룰 때마다 실수가 나오더라"면서 "잘 하던 김민수의 손쉬운 레이업이 빗나가고, 신인 이현석이 2명 사이를 무리하게 돌파하다 뺏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꼭 그런 이후 상대에게 실점하면서 경기를 망치게 됐다"고 아쉬움을 곱씹으면서 "오늘 2차전에서는 그런 게 좀 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유투만 아니었어도 다 묻히는데...' SK 김선형이 11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레이업을 시도하다 전자랜드 정효근(왼쪽), 레더의 수비에 막히는 모습.(자료사진=KBL)
2차전에서도 양상은 다르지 않았다. SK는 기록된 실책에서 11-5로 전자랜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그럼에도 대등하게, 때론 우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인은 41-37로 앞선 리바운드였다.

하지만 고비마다 과욕이 빚은 무리한 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다. 에이스 김선형은 막판 귀중한 3점포를 꽂긴 했지만 이전 무리한 돌파가 여럿 나왔다. 물론 특유의 곡예성 레이업이 장기이지만 서두르다 다 제껴놓고 손쉬운 마무리가 안 돼 놓친 게 2개나 됐다. 살얼음 승부를 감안하면 2%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럴 때 경기를 노련하게 조율해야 할 베테랑 주희정(38) 역시 다소 서둘렀다. 이날 주희정은 33분여를 뛰며 12점 7리바운드 3도움으로 요긴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후반 승부처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상대 장신숲 사이에서 골밑 공격을 시도하는 무리수를 뒀다. 문 감독이 안타깝게 소리치며 드리블을 하라는 손짓을 했던 순간이었다.

▲스타군단 SK, 우승 조급증에 시달리나

결과론이지만 이런 몇몇 장면들이 없었다면 SK는 다른 결과를 받아들었지도 모른다. 1차전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SK는 서두르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1위를 달리다 지난달 고비에서 5연패 늪에 빠지면서 3위로 내려앉아 4강 PO 직행 티켓을 놓쳤다. 김선형과 주장 박상오 등 선수들은 "너무 긴장했고, 승부에 집착해 우리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SK 문경은 감독이 11일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막판 자유투가 잇따라 빗나가자 허탈한 웃음을 짓는 모습.(자료사진=KBL)
SK는 최근 몇 년 동안 '완성형 팀'이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SK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야 하는 팀으로 통했다. 지난 시즌도 3위였지만 올 시즌처럼 4강 직행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번번이 고비에서 막히면서 조급증이 커진 모양새다.

스타들도 즐비하다. 정규리그 MVP만 3명이 뛰고 있다. 김선형(12-13), 박상오(10-11, 당시 케이티), 주희정(08-09, 당시 KT&G)이다. 여기에 12-13시즌 신인왕 최부경에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하나인 애런 헤인즈, 1순위 외인 코트니 심스까지 화려한 면면이다. 귀화 혼혈 선수 김민수, 박승리 등 선수층도 두텁다.

코칭스태프도 드림팀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연고대 간판스타였던 문 감독과 전희철 코치가 팀을 이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시즌 중반 "SK는 정말 1, 2패 정도만 해야 할 팀인데 8패나 하고 있다"며 선수층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SK에 부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스타들이 많다 보니 서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적잖게 포착되고 있다. 물론 기회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나 항상 무리한 시도가 문제다. 1차전 도중 발목 부상으로 빠진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2차전에도 결장한 것 역시 불안감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문 감독이 계약 마지막 시즌인 점도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최근 3시즌 정상권 성적을 냈지만 구단에서 보기에는 전력을 감안하면 조금 미흡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꼭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어쨌든 SK는 여전히 강력한 팀이다. 그러나 서두르고 불안하면 불행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심리적으로만 안정이 된다면 SK는 상대에게 분명 위험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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