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눈에 띈 것은 이들의 주옥같은 입담이었다. 여자 선수들 특유의 재치가 넘쳤다. 전부 남자인 감독들도 지지 않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사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최근 "여자 선수들과 많이 지내다 보니 말이 많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먼저 PO에서 맞붙을 정인교 신한, 서동철 국민은행 감독은 애증어린 선후배 관계까지 떠올리며 기싸움을 벌였다. 정 감독이 먼저 "(고려대 시절) 2학년 때 4학년이던 서 감독님의 방졸이었다"면서 "인간적으로 잘 대해줬지만 후배 입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PO에서는 (서 감독이) 후배에게 괴롭힘을 당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서 감독은 일단 "괴롭힌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후배들이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며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나마 덜 고생을 시켰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그래도 당시 술도 많이 사줬는데 술값을 생각해서라도 (정 감독이) 양보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먼저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위 감독은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강 건너 불 구경을 했다. 정규리그에 이어 PO까지 통합 3연패를 노리는 위 감독은 먼저 PO에서 격돌할 신한, 국민에 대해 "두 팀이 젖 먹던 힘까지 다 쓰고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먼저 국민은행 베테랑 변연하는 "큰 경기에 잘 하려고 정규리그 때 힘을 아껴뒀다"면서 "(3전2승제 PO에서) 2경기 안에 끝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에 맞서는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는 "국민은행에 질 때는 3점슛을 10~12개를 맞았는데 이번에는 3~4개로 막겠다"면서 "그래도 연하 언니는 내가 막을 테니 1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미리 챔프전 MVP를 누가 받을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정규리그 MVP 2연패를 한 박혜진은 "선수들에게 밥을 사면 오히려 상금보다 더 나가 적자인데 임영희 언니가 챔프전 MVP를 받아 적자를 좀 나눴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장 임영희는 "솔직히 오늘 못 받아서 서운했는데 혜진이는 이미 받았으니 나랑 양지희랑 챔프전 MVP를 경쟁하겠다"고 살짝 삐친 모습을 보였다.
사실 PO 미디어데이는 남자프로농구(KBL)이 지난 6일 먼저 했다. 그러나 김진 LG 감독에 대해 "얼굴도 핼쑥해지셨는데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리겠다"고 도발한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 외에는 이렇다 할 인상적인 멘트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PO의 흥미를 위해 KBL이 WKBL을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올 시즌 WKBL PO는 오는 15일부터 신한과 국민은행의 3전2승제로 시작된다. 이 승자가 22일부터 우리은행과 5전3승제 챔프전을 치른다. 여자프로농구 은행 삼국지의 승자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