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포스코 건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대기업 비리 수사에 신호탄을 울렸다. 검찰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자원외교 관련 사건들을 특수부에 재배당하는가하면, 전 정권에서 성장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등의 방산비리 수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와 검찰이 집권 3년차에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하려 한다는 시각과 함께, 여론을 의식한 권력형 비리 수사로 레임덕을 막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황교안 장관은 이날 검찰에 '부정부패사범 단속강화 지시 내용'을 전달했다.
황 장관은 "검찰은 세월호 사건 및 철도·원전·해운 비리 수사 등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비정상적·관행적 부조리 및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고착화된 비리 근절 없이는 국가 개혁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도 큰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검찰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본연의 임무인 부정부패 처단에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도 총리와 법무부의 잇따른 입장 표명에 맞춰 부패 수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미 일선에서 여러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지침에 맞게 차분히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의 2월 정기 인사가 마무리된 뒤 진영이 어느정도 갖춰진데다, 이완구 총리까지 나서서 비리 수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검찰 내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관련 비리 수사이다. 일광그룹은 2000년 초반부터 최근까지 급격하게 성장한 그룹이다. 단순한 방산비리 뿐 아니라 노무현, 이명박 정권 관계자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의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자원외교 관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검찰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국정조사와 전혀 별개로 자원외교 관련 사건들을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대거 연루돼 있는데다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엮여 있어 수사가 본격 진행된다면 파급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가 진행하는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는 올 들어 첫 대기업 수사이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이명박 정권실세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일조했다는 풍문도 있어 검찰 수사의 칼끝에 재계와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