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의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은 2014-2015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평균 16.5점을 기록했다.
앞서 열린 1,2차전에서의 평균 득점이 23.0점으로 높았던 제퍼슨이다. 정규리그에서는 경기당 30분을 뛰어 19.8점을 올렸다. 6강 4경기에서 단 한번도 야투율 50% 미만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3,4차전에서의 제퍼슨은 평소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제퍼슨은 슛을 놓친 뒤에도 자신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슛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오리온스는 3,4차전에서 이같은 제퍼슨의 장점을 철저히 제어했다. 1,2차전에서의 평균 공격리바운드는 6.0개, 이후 2경기의 평균 기록은 2.0개에 불과했다.
오리온스가 76-72로 승리한 2차전.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제퍼슨에 대한 수비를 포워드 이승현에게 맡겼다.
이승현은 "전반전이 끝났는데 이미 체력이 바닥났다. 이후 공격은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수비와 리바운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힘이 좋은 이승현이 1차 저지선이다. 제퍼슨은 페인트존 득점력이 좋은 선수다. 제퍼슨이 힘겹게 페인트존으로 들어오면 트로이 길렌워터 혹은 리오 라이온스가 도움수비에 나선다. 2차 저지선은 제퍼슨의 동선을 보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크고 높이 견제도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수비가 터프해졌다. 그러나 제퍼슨은 거칠어진 몸싸움에 비해 휘슬이 불리는 빈도가 적다고 생각한다. 불만이 많다. 3차전에서 5반칙 퇴장을 당했는데 그 중 1개가 테크니컬 파울이었다.
제퍼슨 효과가 줄어든 3,4차전에서 LG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시래가 4쿼터에 10점을 몰아넣은 3차전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4차전 들어 김시래에 대한 '헷지(스크린을 걸어주는 선수를 막는 상대의 장신선수가 드리블러를 압박하는 수비)'를 강화했다. 그러자 LG의 공격 옵션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제퍼슨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다. LG에게 문태종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문태종은 13점을 올린 2차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한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4경기 평균 30분을 뛰어 6.8점, 6.3리바운드, 야투성공률 25.7%, 3점슛 성공률 20%를 올리는 데 그쳤다. 문태종답지 않은 성적표다.
문태종은 지쳤다. 자신도 인정한다.
오리온스는 문태종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문태종을 막는 수비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수비를 가지 않는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는 '페이스 가딩' 수준의 수비를 펼친다. 슈터 문태종이 빈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LG는 김시래가 주도하는 2대2 공격과 제퍼슨의 아이솔레이션에 의존하고 있다. 문태종을 위한 패턴을 사용하는 빈도가 적다. 패턴을 가동해도 오리온스는 스위치 수비를 통해 가볍게 대처해왔다.
문태종은 돌파 후 어려운 자세에서 던지는 슛의 성공률도 좋은 선수였다. 슛 터치가 그만큼 좋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슛을 놓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체력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시리즈에서 문태종에 대한 수비를 맡고 있는 김동욱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제퍼슨과 2대2 플레이가 위력적이어서 대비하는데 별로 공을 받으려고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편하게 수비수를 달고 슛을 쏘더라"고 말했다.
문태종은 1975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41세다. 힘들어할만 하다.
그런데도 문태종은 "5차전은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허언(虛言)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2011-2012시즌부터 총 28번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 문태종. 패하면 소속팀이 탈락하는 경기(decisive game)를 총 5차례 치렀다. 5경기 평균 기록은 18.8점으로 플레이오프 통산 기록(15.6점)보다 높다.
괜히 '4쿼터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기록이 보여주는 것처럼 위기의 순간 더욱 노력하는 선수가 바로 문태종이다.
문태종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오리온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문태종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문태종의 자신감은 허언일까, 아닐까. 16일 오후 7시 창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에서 그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