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늙은 아내를 간병하는 한 노인의 비루한 삶을 여과 없이 비춘 아무르는, 매우 사실적인 접근을 통해 파편화된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한 자화상을 길어 올린다.
17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화장은 아무르 만큼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만듦새를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장면 하나 하나에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방대하다.
더욱이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김호정)를 충실히 간병하는 주인공 오상무(안성기)의 삶에 활짝 핀 젊음을 지닌 부하 여직원 추은주(김규리)를 끼워 넣음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욕망이 공존하는 독특한 딜레마를 낳는다.
극중 오상무의 욕망에 개입하는 세 장면을 제외하고, 카메라는 오롯이 오상무의 일상을 쫓는 데 모든 힘을 쏟는다. 작가 김훈의 동명 원작 소설이 지닌 동시대성과 거장 임권택 감독의 연륜이 묻어나는 사실적인 연출력은 한국 사실주의 극영화사에 특별한 성취를 안겨 준다.
이날 언론시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김훈 선생의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문장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길 것인가가 대단히 큰 과제였다"며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 오는 열패감이 상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찍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많은 편집을 거치면서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닿을까'가 가장 궁금했다"며 "극중 병원 신이 사실적이었다는 한 의사의 평처럼, 이 영화가 실제로 사실감을 줄 수 있는 영화냐, 아니냐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극 후반부, 죽음을 앞두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아내가 오상무에게 의지해 화장실에서 하반신을 씻는 장면이 연출 의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관객들이 두 배우의 움직임으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상반
신을 한 컷으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십분 전달될 것 같지 않았다"며 "촬영을 중단하고 김호정 씨에게 '전신을 찍어야 납들할 수 있는 신'이라고 설득했고, 동의해 줘 영화를 빛낼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호정은 "고통을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역할인데, 배역을 맡겠다고 결심할 때까지 망설이고 힘들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어렵지 않았다"며 "화장실 장면은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강렬했던 부분으로, 촬영하면서 처절하게 죽어가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김규리는 "제가 맡은 추은주가 이야기의 진정성을 끌어올리려면 오상무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만큼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야 했다"며 "촬영하는 내내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저를 아름답게 잡아 주려 무척 애를 써 주셨는데 '내가 이것을 누려도 되는 사람일까'라는 고민이 떠나질 않았었다. 문득 그때 충분히 누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