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 '고수익 알바'?…취업난 속 달콤한 유혹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취업난 속 일자리를 구하던 대졸자와 휴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고수익 알바'라는 유혹에 넘어가 현금 인출책으로 활동하다 구속됐다.

지방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온 이모(27.여)씨는 지난해 말 한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다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하게 됐다.

남겨진 연락처로 전화해 커피숍에서 만나보니 “인터넷 게임 환전 회사인데, 당신 계좌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게 해주고 시키는 대로 돈을 인출해 입금하면 건당 1만5000원의 수당을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 왔다.

이씨는 자신의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 보안카드까지 몽땅 넘긴 뒤 올해 1월 말까지 한 달 반 동안 보이스피싱 총책이 퀵서비스로 보낸 체크카드 90여 개를 전달받아 1억6000만 원을 인출해 건넸다.

그렇게 해서 40여 일 동안 손에 쥔 돈은 600만 원.

“처음엔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고수익에 범행을 했다”는 게 이씨가 경찰에서 한 진술이다.

카드를 어디서 받을지,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등 모든 지시는 ‘바이버’나 ‘웨이신’ 같은 외국 인터넷메신저를 통해 총책으로부터 받았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는 요령을 담은 일명 ‘행동수칙 지시서’도 가르침 받았다.

인출한 뒤 입금한 명세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낼 것, 한 곳에 10분 이상 머물지 말 것, 우체국 등은 이용하지 말 것 등이 그 내용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어지다 보니, 이씨는 은행 체크카드가 옮겨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씨와 함께 경찰에 구속된 또다른 인출책 김모(25)씨 역시 군을 제대한 뒤 대학을 휴학 중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

그가 건당 1만5000원~2만 원씩 받아 50여 일만에 번 돈은 2500만 원에 달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등록금 대출금 값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씨와 김씨 등 6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더 많은 인출책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모두 162명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이 이씨 등의 계좌를 분석해보니 13개의 계좌와 함께 1420개의 연결계좌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이 최근 2년여 동안 보이스피싱 사기로 챙긴 금액은 20억여 원이라는 게 경찰의 발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경제난과 취업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업 청년들까지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현혹해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직 청년들을 ‘울린’ 보이스피싱 사건도 있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송모(38.여)씨 등 3명으로부터 송금받아 가로챈 5330만 원을 인출한 혐의로 김모(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 등은 중국 총책과 공모한 뒤 지난달 관광비자로 입국해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들 조직은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취업준비생들의 이력서를 보고 대포통장을 모집했다.

“취업이 됐다”거나 “아르바이트생으로 선발됐다”고 접근해 “출입카드를 만들려면 체크카드가 필요하다”, “일을 하다 회사에 손해가 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을 넣어둘 체크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카드를 넘겨받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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