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몰락, 유럽에 '잉글랜드'는 없다

최근 4시즌 급격한 추락, 챔피언스리그 16강서 모두 탈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성기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일까.

맨체스터시티는 19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1, 2차전 합계 1-3으로 뒤져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앞서 첼시와 아스널에 이어 맨시티까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문턱에서 좌절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8강 진출팀은 단 한 팀도 배출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소속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12~2013시즌에 이어 최근 두 번째다.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강세를 보인 시기는 2006~2007시즌부터 2000~2011시즌까지 5시즌이다. 이 시기에 맨유가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해 프리미어리그 강호의 자존심을 지켰다. 맨유의 뒤를 이어 첼시가 4차례로 두 번째 많았고, 아스널과 리버풀이 각각 3차례. 토트넘도 1차례 챔피언스리그 8강을 밟았다.

하지만 2011~2012시즌을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는 급격하게 챔피언스리그에서 위용을 잃어갔다. 2011~2012시즌 첼시가 유일하게 8강에 진출했고, 다음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어느 팀도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첼시와 맨유가 다시 8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되찾는 듯했지만 2014~2015시즌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그는 16강에서 모두 고개를 떨궜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는 첼시와 맨체스터스티는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춤하고 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해 챔피언스리그에 단골손님으로 나섰던 아스널과 리버풀의 부진도 프리미어리그의 위상 추락에 한몫하고 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의 고된 일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프리미어리그도 독일 분데스리가처럼 ‘윈터 브레이크’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과거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과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도 같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맨체스터시티 감독 역시 “12월과 1월은 경기 수가 많아 상당히 힘들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2007~2008시즌에는 맨유가 결승에서 리그 라이벌 첼시를 꺾고 우승했고, 2011~2012시즌에는 첼시가 정상에 올랐다. 맨유는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2008~2009시즌과 2010~2011시즌에도 결승에 올랐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부진한 결과에 그치고 있는 점을 단순히 일정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당시와 최근의 프리미어리그는 변함없이 ‘윈터 브레이크’를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리미어리그 자체의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점이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올 시즌 역시 이들의 성적이 효율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경제 위기에도 프리미어리그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한 성적이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15년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출전팀 수를 결정하는 UEFA의 각 리그 랭킹에서 스페인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의 부진으로 스페인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3위 독일와 4위 이탈리아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최근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잉글랜드는 더는 유럽에서도 최상위 수준의 리그로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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