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자랜드 '양궁농구' 막을 비책 있나

'어떻게 막지?' 동부는 19일 전자랜드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개의 3점포를 내주며 역전패했다. 2차전에서 상대 외곽을 어떻게 봉쇄할지가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사진은 김영만 감독(오른쪽)을 비롯해 동부 선수단이 경기 전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동부산성이 소나기슛에 일단 허물어졌다. 정규리그 2위 동부가 6위 전자랜드의 가파른 상승세에 먼저 일격을 당했다.

동부는 19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2-66 재역전패를 안았다. 1패를 안고 5전3승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동부로서는 적잖게 속이 쓰릴 패배다. 역대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사례는 36회 중 27번으로 확률로 따지면 75%나 됐다. 그만큼 기선 제압이 중요한 1차전이었다.

이번에도 전자랜드의 외곽포에 당했다. 이날 전자랜드는 3점슛 9개를 쏟아부었다. 성공률도 47%(19개 시도)로 높았다. 반면 동부는 상대보다 6개나 많은 25개를 쏘고도 5개만 넣었다. 성공률이 25% 그쳤다. 동부는 정규리그에서 전자랜드에 당한 2패에서 21개의 3점포를 내준 바 있다.

동부가 2차전에서 반격을 노리기 위해서는 전자랜드의 이른바 '양궁 농구'를 막아야 한다. 또 다시 외곽포를 다수 허용한다면 동부산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과연 그 비책은 무엇일까.


▲"동부와 SK의 지역방어는 다르다"

'이걸 막아야 한다고' 전자랜드 정효근(왼쪽)이 19일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동부 지역방어 속에 3점슛을 쏘는 모습. 이 슛은 빗나갔다.(원주=KBL)
그 실마리는 1차전 3쿼터에서 찾을 수 있을 법하다. 동부의 자랑인 강력한 지역방어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사실 농구에서 지역방어는 3점슛 대비에 취약하다. 이른바 '존 디펜스'를 깨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법이 3점슛이다. 2-3 지역방어면 정면과 양 쪽 45도, 3-2 존이면 양 사이드에서 쏘는 외곽슛으로 깨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는 지역방어가 반가울 수 있다. SK 문경은 감독은 전자랜드와 6강 PO 때 "전자랜드는 지역방어를 참 잘 깨는 팀"이라면서 "모비스, 동부와 경기도 그래서 잘 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SK는 전자랜드와 6강 PO 3경기에서 무려 35개의 3점포를 얻어맞고 속절없는 3연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방어로 전자랜드의 외곽포를 막는다?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동부라면 가능할 수 있다. SK와는 또 다른 지역방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양 쪽 감독 모두 인정한 부분이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1차전에 앞서 "우리 지역방어는 SK와는 다르다"면서 자못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역시 "SK와 달리 동부는 맨투맨보다 지역방어가 더 어렵다"고 했다.

▲유재학도 인정한 동부의 존 디펜스

'이것이 바로 동부산성' 동부는 유재학 모비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강력한 지역방어를 갖추고 있다. 사진은 19일 4강PO 1차전에 앞서 동부산성을 나타내는 라이징 네트가 올라가는 모습. 약 1700만 원을 들여 특별 제작됐다.(원주=KBL)
동부는 예전부터 수비의 팀이었다. 기둥 김주성(205cm)을 중심으로 한 골밑 수비가 정평이 났다. 여기에 윤호영(197cm)이 08-09시즌 입단하면서 동부산성이 건축됐다. 외국인 센터까지 3명이 버틴 백코트진은 단연 리그 최고이자 최강이었다.

여기에 전술이 더해졌다. 전창진이 기틀을 쌓고, 강동희가 완성한 견고한 지역방어. 전 사령탑들에 이어 김 감독이 더 발전을 시켜 올 시즌 '동부산성 시즌2'를 이뤄낸 것이다. 올 시즌 동부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실점이 60점대(69.1점)였다.

동부의 전술은 '만수'(萬數)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감탄했을 정도다. 유 감독은 "강동희 전 감독이 김주성과 윤호영이라는 걸출한 수비수를 바탕으로 거의 완전한 매치업 존 수비를 해내더라"면서 "이것은 우리 프로농구의 수비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도훈 감독도 인정한 대목이다. 동부와 1차전에 앞서 유 감독은 ""다른 팀 같으면 수비 때 대부분 자기가 맡은 지역만 커버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동부는 다르다"면서 "김주성과 윤호영에 가드 박지현까지 노련한 선수들이 호시탐탐 상대 패스 줄을 읽고 자기 지역 뒤쪽도 커버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김주성과 윤호영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들이 빅맨임에도 스피드를 갖췄기 때문에 지역방어의 틈인 외곽포 수비를 메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맨투맨이면 빠르게 움직여서 틈이 날 텐데 동부 지역방어는 그래서 더 힘들다"고 했다.

▲1차전 3쿼터 반격의 원동력, 2차전도 유효할까

동부의 지역방어는 1차전 때도 위력을 발휘했다. 끌려가던 흐름을 바꾼 것이 3쿼터 지역방어였다.

전반 동부는 주로 맨투맨 수비를 썼다. 그러면서 1, 2쿼터에만 전자랜드에 6개의 3점포를 내줬다. 30-36으로 끌려간 이유였다.

'우리가 잘 해야 한다' 윤호영과 김주성, 데이비드 사이먼(오른쪽부터) 등 동부산성 주축들이 경기 중 심판과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3쿼터 들어 지역방어를 요긴하게 쓰면서 동부가 우세를 점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 야투율이 이날 4개 쿼터 중 가장 낮은 33%에 머물렀다. 전반 57%(11개 중 6개)던 3점슛 성공률도 40%(5개 중 2개)로 떨궜다.

그러면서 동부는 장신을 이용해 전자랜드의 골밑을 마음껏 유린했다. 리바운드 12-4로 앞선 신장의 우위는 페인트존 득점 12-2의 압도적 차이로 이어졌다. 53-47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수비였다.

김 감독도 패배를 아쉬워 하면서도 3쿼터에 대해서는 "존 디펜스가 잘 돼서 분위기가 왔다"고 했다. 다만 4쿼터 초반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이 체력적 문제로 빠지면서 수비에 다소 균열이 왔고, 그 틈을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놓치지 않고 뚫어내 동부에 패배를 안겼다.

일단 동부는 1차전을 내줬다. 그러나 시리즈는 아직 길다. 김 감독은 "1차전을 분석해 2차전(21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유 감독도 3쿼터에 대해 "우리가 준비한 부분이 잘 됐지만 골밑에서 테렌스 레더의 득점(1점)이 부진한 게 컸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과연 두 팀의 2차전 결과가 어떻게 될까. 동부가 상대 외곽을 막아 동부산성 재건에 성공할지, 전자랜드의 외곽포가 반격의 여지를 무너뜨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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